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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지사항입니다. 처음 오신 분들은 읽어주세요! * 제 블로그에서 지켜주셨으면 하는 것들 입니다. 일단 기본적으로 두 가지만 기억해 주세요. 1) 통신어체 금지 / 2) 퍼가기 및 스크랩 금지 기타 공지사항은 옆에 메뉴릿을 참고해주세요. 그리고 방명록도 거기에 있답니다.^-^
그럼 오늘도 좋은 하루 되시기를... <공지사항 및 방명록 가기> <이글루스 외부 링크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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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난 기다려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 내 주변 사람들이 자유로울 수 있도록. 그래서 멀리 떠날 수 있도록. 그러다가 언젠가 돌아오면, 잘 다녀왔냐고 맞아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 꼭 언제나 있을 것 같은 동네의 작은 슈퍼마켓같은 사람이' ...........참, 말은 쉽다.......하지만 정말로, 난 저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리고 그런 사람이 되고 싶고. 내가 누군가에게 저런 존재가 될 수 있다면, 참 행복하겠지. 조금 외롭긴 해도. 2.
나의 하나님은 항상 기다려주는 하나님이었다. 언제나 돌아보면 그 자리에 서 있는 존재였고, 그래서 난 더 멀리 뛰어나갔던 것 같다. 그렇게 세상에 휩쓸려 몸도 마음도 만신창이가 되어 돌아오면, 묵묵하게 꾸짖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며 안아주는 존재였다. 그게 반복되고 반복되다보니 난 아주 중요한 사실을 하나 잊게 되었다. 그렇게 기다려주시는 게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걸. 내가 뛰어나가는 걸 '허락'하는 건, 그 분에게도 무척이나 힘든 '결단'이었다는 걸. 그걸 생각할 때면 조금은 위안이 된다. 신에게조차 쉽지 않은 일이라면, 인간인 내게는 어떠랴. 3. 요즘 기다림에 대해 배우고 있다. 이전에는 미처 몰랐다. 누군가를 기다린다는 것이 어째서 어려운 건지. 왜 남자친구를 군대에 보낸 여자들이 그렇게 힘들어하고, 끝내 새 사람을 찾게 되는지. 다른 일을 하면, 시간이라는 건 훌쩍 가는데, 왜 그냥 기다려주지 못하는 걸까? 난 정말 미처 몰랐다. 진짜 기다림이라는 건, 두려움을 매일 마주봐야 하는, 그리고 나 자신의 나약함을 매일 정면으로 마주봐야 하는 일이라는 것을. 기다림이란 이런 거더라. 다른 사람과 함께 나란히 서서, 열 발자국 떨어진 작은 새를 부르는 일과 같은 것. 그것도, 상대방은 그 작은 새가 좋아하는 맛있는 빵부스러기를 쥐고 있고, 난 그저 실낱같은 믿음 -그러니까 그 새 역시 나를 좋아해 줄지도 모른다는-에 의지해서, 그 새가 저 쪽으로 날아가버릴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가장 다정한 목소리로, 가장 부드러운 음색으로, 애써 평온을 가장하며, 그 새를 부르는 일. 그래서 새의 의미없는 갸웃거림, 그저 움직임에 불과할지 모르는 날개짓 하나에도 심장이 내려앉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며 똑바로, 그 새를 부르는 일. 새가 자유롭게 노래하고 햇살의 은총을 찬양하는 그 순간에도, 그 새를 보고 있는 내게 그 시간은 무척이나 느릿하게 흘러간다. 한 순간, 나를 바라보지 않는 새가 원망스럽다가도 햇살이 그 새의 모습을 드러낼 때면, 또 난 넋을 놓고 그 새를 바라본다. 그러다보니 한 시간의 기다림이 하루의 기다림으로, 하루의 기다림이 한 달의 기다림으로 느껴지는 것이다. 아마, 이것이 군대를 간 남자친구를 기다리지 못하는 여자의 마음이겠지. 기다림의 아이러니는 바로 이것이다. 그 존재를 생각하고 생각하고 생각할수록 도리어 기다림은 그만큼 힘겨워진다. 만약 그 존재에 대해 덜 생각하고 덜 관심을 쏟을 수록, 꽤 '기다릴 만' 해진다는 것. 기다림은 자기 자신을 심지삼아 타는 촛불같은 것인가보다. 그렇다면 기다림에서 중요한 건 그 불길을 얼마나 잘 조절하는가, 일까. 상대방이 보고 날아올 수 있을 만큼 밝게, 지나가는 바람이 섣불리 꺼뜨리지 못할 정도로 강하게, 하지만 내 자신이 너무 빨리 타 버리지 않을 정도로 격렬하지많은 않게. 하지만 기다림에서 무엇보다 가장 무서운 일은 끊임없이 속삭이는 내 목소리일 것이다. 속에서는 작은 목소리가 끊임없이 속삭인다 '네가 과연 저 새에게 의미있는 존재이기는 한 걸까? 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저 새가 널 좋아해 줄 거라고 생각해?' 그 속삭임을 '괜찮아, 괜찮아, 저 새도 날 좋아해 줄 거야. 분명 내게 날아와 줄 거야'라는 말로 막는다. 하지만 정말 무서운 속삭임은 이거다. '기다리지 마. 그게 너를 위해서도 저 새를 위해서도 좋은 거야. 만약 지금 떠나면, 저 새는 네 좋은 모습만, 그리고 이렇게 잠깐이지만 자신을 기다려주는 모습까지만 기억할거야. 네가 발버둥칠수록, 그런 추한 모습을 보여주는 거라고. 새는 그런 모습은-그게 혹 네 진실 중 일부일지라도- 보고 싶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그 유혹을 뿌리치고 새를 향해 손을 뻗는 일, 그것이 기다림이더라. 그렇게, 기다림이 길어질수록, 점차 그 기다림은 그리움이라는 옷을 입는다. 최근 두 달은, 참 길었다. 하지만 그 시간에 익숙해져야하리라. 앞으로 내게 남은 기다림은, 결코 짧지 않으리니... 4. 기다림이란 상상이기도 하다. 그 새가 숨쉬었을 공기를 상상하고, 그 새가 바라봤을 하늘을 상상하고, 그 새가 느꼈을 바람을 상상해보는 것, 그리하여 그 새의 마음 속에 머물다갔을 감정들을 상상해보는 것. 기다림이란 참으로 지리한 과정이고, 참으로 소모적인 일임에도 불구하고, 기다림에 '미학'이 있다면, 바로 이것일터이다. 그 새의 세계를 상상하고, 상상하고, 상상하고, 그래서 끝내는 그 새와 내가 같은 시간과 같은 공간 안에 있다는 것을 전율처럼, 느끼는 것. 그 순간 상상은 현실이 되고, 그 현실 속에는 행복이 자리하게 된다. 누군가를 기다릴 수 있다는 건, 내게 그렇게 기다릴 수 있는 '존재'가 있다는 것 아니겠는가. 5.
그러니까 날 두려워하지 말아요, 날 무서워하지 말아요, 나의 작은 새. 날 바라보며 슬픈 미소를 짓지 말아요, 절대로, 절대로 내게 미안해하지 말아요. 당신은 이 순간들을 내게 더없는 기쁨과 사색의 시간으로 바꿔주고 있으니. 당신을 기다리는 순간에는, 당신의 존재를 느기고, 당신이 존재를 느낄 때마다 내가 얼마나 기뻐하는지 아시나요. 자, 노래해주세요, 자, 부디 자유롭게, 마음껏, 멀리 날아요. 대신 나중에 내가 보고싶거들랑, 잠깐 들러 당신이 본 세상에 대해 노래해주세요. 오, 어떻게 당신을 사랑하면 좋을까요? 어떻게 해야 당신에게 닿을 수 있나요? 6. 그리고 언젠가 그 새가 나에게 날아왔을 때, 아무 말 없이 안아주는 것 역시 배워야겠지. 아무것도 묻지 않고, '왜?'라는 말로 나 자신도, 그 새도 괴롭히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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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 Paint my love - by Michael Learns To R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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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mphony No3.8 'Unfinished' - 작곡 : Franz Schubert - 지휘 : Carlos Kleiber - Vienna Philharmonic Orchestra "넌 사랑받지 못할 거야." 당신은 항상 내게 말했습니다. 넌 불행해질 거라고. 넌 절대 누구에게서도 사랑받지 못할 거라고. 그리고 넌 아무도 사랑하지 못할 거라고. 매일 밤, 당신은 날 앉혀놓고 말했지요. 넌 괴물같다고. 넌 예쁘지 않고, 네가 정말 무섭다고, 그러니까 넌 행복하지 못할 거야, 넌 사랑받지 못할 거야. 넌 나의 실패작이야. 내 인생을 걸고 말하는데, 넌 절대 불행해질 거야. 네가 두려워, 네가 정말 두려워, 라고. 그래요, 난 매일 밤, 조용히 당신의 그 말들을 들었습니다. 어째서일까요. 당신은 어째서 그 어린 아이에게 그런 무서운 말을 한 걸까요. 어째서 아무것도 모르는 그 영혼 속에 그렇게 무서운 저주의 말을 새겨넣은 걸까요. 어째서일까요 . . . . . . . . 나의 아버지. 아버지, 왜 아무것도 의심하지 못하는 그 영혼에게 그렇게 매일 밤 무서운 사슬을 채워넣었나요. 한 마디 말로도 충분했을 그 말을 매일 밤, 자물쇠가 굳게 채워져있나 확인이라도 하듯, 당신은 내게 말했습니다. 넌 절대로, 절대로 사랑받지 못할거야. 넌 절대 사랑받지 못할거야. 넌 평생, 혼자일거야. 그래요, 날 낳은, 날 키운 당신이 말입니다. 어째서 당신은 타인에게도 하지 못할 그 말을 친딸인 나에겐 그렇게나 한 걸까요. 그리고 어째서 망각이라는 축복은 내게 그 기억만은 또렷하게 남겨놓은 걸까요. 하긴, 망각의 축복을 받기에 그 말은, 그 말은 문신을 새기듯 반복해서 제 위로 새겨지긴 했네요. 그렇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당신이 아니어도 날 사랑해 줄 사람은 이 세상 어디엔가 분명히 존재한다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그 말은 생각보다 오래도록, 절 묶어놓았어요. 누군가가 나를 사랑한다 말할 때는, 덜컥 겁부터 났습니다. 누군가가 다정하게 나를 안아줄 때면 그 온기가 떨어진 후의 추위가 무서워 그 사람을 밀어냈습니다. 그리고 언젠가부터 전 스스로에게 말하고 있더군요. 나는 절대로 사랑받지 못할거야. 난 절대로 사랑하지 못할거야. 난 절대로 행복해지지 못할 거야. 난 불행해질 거야... 처음 그 사실을 자각했을 때는 정말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그리고 애써 말했어요. 아니야, 난 사랑받을 수 있어. 난 사랑할 수 있어. 난 행복할 수 있어. 하지만 언제나 당신이 나직이 읊조리던 그 말은 제 귓가에서 떨어지지 않았어요. '넌 사랑받지 못할 거야. 넌 사랑하지 못할 거야. 넌 행복하지 못할거야. 절.대.로.' 지금은 이해합니다. 그래요. 아버지, 당신은 나 같은 딸을 원하지 않았다는 것을요. 당신이 원했던 딸은 애교 많고 다정한 딸이었을 겁니다. 조금은 당신에게 의지해 줄 딸을 원했을 거예요. IMF때 당신이 실직했을 때, 제가 이제 우린 어떻게 사느냐고 울고 투정을 부렸다면, 당신은 오히려 안도했을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요, 당신이 생각하는 '딸'은 그런 모습이었을 거예요. 정부에서 주는 학자금 지원 신청서를 작성하여 내밀며 '여기 아빠 도장만 찍으면 된대요.'라고 말하는 모습이 아니라요. 엄마와 싸운 당신이 우리 자매에게 버럭 화풀이를 했을 때, 차라리 제가 왜 나에게 화풀이냐면서 소리질렀다면, 도리어 당신은 만족했을까요. 아무 불평 없이 묵묵히 그 앞에 앉아있는 모습이 아니라요. 당신이 바라던 딸의 모습은, 당신이 엄마와 더 이상 못 살겠다며 이혼하겠다고 했을 때, 동생처럼 '이혼하면 나도 집 나갈거야'라고 화를 내며 말리는 모습이었을 겁니다. 네, 전 그 때 화를 내기보다는 묵묵히,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동생과 저의 학자금 지원책과 앞으로 살 집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당신이 저희에게 골프채를 휘둘렀을 때, 한 대를 버티지 못하고 더 이상은 못 맞겠다고 펑펑 우는 동생과 달리 묵묵하게 당신이 지칠 때까지 맞고 있던 제 모습은 당신 눈에는 괴물처럼 보였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요, 당신이 보기에 전 차갑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겠고, 너무 빨리 커 버린 괴물, 바꿔치기당한 요정의 아이였겠죠. 어느 순간부터 당신 앞에서는 우는 모습도, 웃는 모습도, 심지어 화조차 내지 않고 묵묵히 받아주기만 하던...... Monster. 그러니까 당신은 그런 말을 했겠지요. 널 사람처럼 만들려고 노력했지만, 결국 실패, 그래요, <실패>했다고 말입니다. 전 분명히 보았습니다. 당신의 눈동자에 비친 제 모습은, 아무리 죽이고 죽이려고 해도 살아나던, 괴물의 모습이더군요. 그래도, 그래도 말입니다, 아버지. 당신의 그 말은 제 영혼을 분명 망가뜨렸을지언정, 완전히 죽이지는 못했습니다. 찬란한 햇살은 분명 이 세상 어디엔가 날 사랑해 줄 사람이 있다는 걸 알려주었고, 부드러운 바람은 분명 내가 축복받은 존재라는 것을 알려줬어요. 당신이 그렇게 매일 밤, 내 마음속에 자물쇠를 채우고, 또 채워갈 때, 누군가는 그 자물쇠를 풀고, 또 풀어줬습니다. 친구라는 이름으로, 선생님이라는 이름으로, 후배라는 이름으로, 선배라는 이름으로, 참으로 많은 사람이 제게 왔다 떠나갔고, 일부는 제 곁에 머물러 끊임없이 온기를 나눠줬습니다. 그 사람들은 모두 사랑이라는 선물을 제게 주고 갔습니다. 네, 당신이 틀렸어요, 아버지. 전 사랑받을 수 있는 존재였습니다. 당신이 틀렸어요, 아버지. 전 미운 존재가 아니라 아름다운 존재였습니다. 당신이 틀렸어요, 아버지. 전 사랑받을 수 있는 존재이고, 무엇보다 사랑할 수 있는 존재더군요. 당신이 매일 그렇게 꺾으려고 했던 제 마음은 모질게도 자라나 태양을 갈망하고 당신이 그렇게 어둠을 제 속에 드리웠음에도 그 마음은 결국 꽃을 틔우더군요. 정말 어째서일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을 끝내 미워하거나 원망할 수 없는 것은. 어째서일까요, 당신을 증오하지 못함은. 참 오랫동안 당신은 제 아픔이었지만, 그래도 당신은 제게 음악이라는 것을 알려준 사람이고, 한때 분명 제게 사랑을 알려준 분입니다. 당신이 틀어놓은 클래식 음악을 가만히 듣고 있던 저를 위한 선물을 기억합니다. 제가 7살 되었던 여름, 놀이터에서 뛰어놀다 집으로 들어오니 당신은 방 한쪽 구석에서 주변에 산더미같이 LP판을 틀어놓은 채, 제가 좋아할 만한 음악들을 한 곡씩 골라 카세트 테이프를 만들어주셨죠. 아기 코끼리의 걸음마,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 엘리제를 위하여, 비창....전 그 테이프를 국민학교가 초등학교로 바뀌던 해까지 듣고 또 들었어요. 완전히 늘어나 더 이상 듣지 못할 때까지 말이예요. 그 때 제가 좋아할 거라 생각하며 그렇게 음반을 만들던 당신의 등을 기억합니다. 제게 들키자 뿌듯하게 웃으며 테이프를 내밀던 손을 기억합니다. 당신에게 화가 난 엄마가 방 안에 틀어박히자 서툰 솜씨로 해 주던 볶음밥을 기억합니다. 그리고 아버지, 음악시간에 들었던 바로 이 미완성 교향곡을 흥얼거리며 얼마나 이 곡이 마음에 들었는지 떠들고 난 며칠 후, 퇴근 후 당신이 내게 내밀던 CD를, 나는 기억합니다. 지금은 어디로 갔는지 찾을 수 없지만 하얀 씨디 위에는 은색 장미 그림이 그려져 있었지요. 난 그걸 질리지도 않고 듣고 들었습니다. 그건, 분명 사랑의 기억이었습니다. 당신은 밤하늘을 함께 바라보며 별을 짚어주던 분이었고, 유독 인형을 좋아하던 절 위해 퇴근길에 인형을 하나씩 사서 안겨주던 분이었습니다. 정말 오랫동안 이 음악을 잊고 지냈습니다. 이 음악은 제게 당신의 존재를, 잊으려고 해도 눈 앞에 들이댔거든요. 작년 여름, 음반점에 들렀다가 저도 모르게 이 음반을 손에 든 제 자신을 보며, 제가 얼마나 오랫동안 이 말을 하고 싶었는지 깨달았습니다. 아버지, 당신을 용서합니다. 제 자신을 위해, 그리고 아버지를 위해, 당신을 용서합니다. 아직 당신을 바라보며 이 말을 할 자신은 없습니다. 결국 미완성으로 끝난 이 교향곡처럼, 제 용서도 아직은 미완성(unfinished)입니다. 아직도 당신을 볼 때면 울컥, 원망이 치솟기도 하고, 지금 날 바라보는 당신의 시선 속에 느껴지는 죄책감을 차게 웃으며 거절하고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당신을 용서합니다. <아버지>라는 이름 대신 한 사람으로서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이해받고 싶었음을, 당신 역시 외로움을 가진, 그저 미완성의 인간이었음을 생각합니다. 그래요. 난 당신에게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던 존재였습니다. 무반응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이제서야 깨닫습니다. 차라리 울고, 화를 낼 걸 그랬지요. 미안합니다. 하지만 저 역시 어떻게 행동해야 할 지 몰라 그대로 얼어버린 아이였는걸요. 아아, 그렇군요, 아버지. 나도 아이였고, 아버지, 당신도 아이였습니다. 아버지, 당신을 용서합니다. 당신의 사랑은 미완의 사랑이었습니다. 하지만 미완이어도 완전한 이 음악처럼, 당신의 사랑은 참으로 오랫동안 날 지탱해주었습니다. 당신을, 용서합니다,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 당신을 용서합니다. 당신을 용서합니다. 아아, 한 때는 분명 당신의 말이 저주였고, 당신의 존재는 제게 상처였습니다. 당신과의 기억은 제 치부였고, 아버지에게도 사랑받지 못하는 존재가 타인에게 사랑받을 수 있을 리 없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아버지, 전 사랑받을 수 있는 존재입니다. 그 자체로 충분히 아름답고, 가치있는 존재입니다. 불완전하지만 아름다운 이 음악처럼요. 분명 제 안에는 씻기지 못할 어둠과, 치유받지 못한 상처들과, 해결해야 할 숙제가 쌓여있습니다. 하지만 인간이란, 그런 게 아니겠습니까. 불완전하지만, 그 자체로 아름다운.... 아버지, 이 세상에 날 보내주어 감사합니다. 그리고 전 행복해질 겁니다. 분명히요. 그리고 지금 전 더없이 행복합니다. 이 말을 할 수 있는 지금, 제게 당신은 더 이상 상처가 아니니까요. 이제 당신도 당신을 오래도록 용서하지 못하고 거절하지는 않았지만 받아주지도 않던 나를, 용서해주세요. ......이 음악은 정말 아름답지 않나요? 오늘 햇살은 유독 찬란하고, 날은 유독 포근하더군요. 그 춥던 어느 날 밤, 제게 다가온 사랑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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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23- 마지막 도박을 걸었다. 정말이지 도박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확신이 있기도 했다. 내 이 마지막 몸부림이 분명 통할 것이라는. 만약 내 이 시도가 무(無)로 돌아갔다면, 어떻게 달라졌을까? 과연 내가 포기했을까? 아니,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다만 20년을 예상했던 것이 한 10년 정도로 조금 주는, 다만 그 정도였을까. 어제 경험했던 그 경이로운 순간을 표현하기에는 어떤 언어도 부적합하다. 그 장면을 묘사하는 소설을 써 보려고도 했고, 그대로 기술해보려고도 했지만, 그 순간의 10분의, 100분의 일도 제대로 옮기지 못해 지워버린다. 그러니까 딱 이 말 밖에 할 수 없는 거다. 어제, 정말 한 순간이지만, 공기가 쨍, 하고 얼어붙는 순간을 느꼈다고. 존재할 리 없는 존재를 느꼈다고. 그럴 리 없지만 분명 한 순간, 그와 내가 한 공간 안에 한 하늘 안에 있어, 우리가 서로 공명하는 것을 느꼈다고. 내 등 뒤에 내 앞에, 내 옆에 서 있는, 누군가의 존재를 느꼈다고. 알아볼 리 없는 당신의 얼굴이 어쩐지 선명하게 눈에 들어오는 기분이 들었다고. 이상하지. 정말 이상하기도 하지. 그 순간, 그 장소에 당신이 있을리가 없는데...현의 울림이 옆의 현에 전달되는 것처럼, 묵직한 울림 속에, 어떤 강렬한 '충격'이 날 그대로 얼어붙게 했다고. 혹시, 그 순간, 당신도 날 생각했는지. 나중에 나중에 시간이 흘러 언젠가 당신에게 이 순간을 이야기한다면, 웃을까, 실없는 소리라 말할까, 아니면........ 2009. 11. 23, 9시 5분에서 23분 사이의 어떤 순간, 교보문고 계단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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