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당에 가입했다 하루하루(일상)

2017.5.2
(*일기 자체는 5/20에 작성함)
- 내가 처음 녹색당의 존재를 알게 된 게 언제더라. 아마 2012년 즈음이었던 것 같다. 정확히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처음 이 정당의 존재를 알게 된 계기가 집으로 온 선거 공보를 읽으면서였던 것만은 확실하다. 경제를 살려야 한다느니 하는 공보들 사이에서 환경과 동물 복지를 이야기하는 자그마한 팜플릿은 꽤 신선하게 다가왔었고, 내가 좋아할만한 정책을 내놓는 당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다른 큰 정당과 달리 얇고 작은 공보였지만, 그 안에 담긴 내용이 좋아서 난 그 이후 비례를 찍을 때는 되도록 녹색당에 투표를 했었다. 사실 딱 이 정도였다.

 선천적으로 게으른 나는 내 관심 사항이 아니면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경우가 무척 드물다. 일단 존재를 알고 나니 사회 이슈에서 녹색당의 활동을 알게 되면 아, 뭔가 활동을 하는구나 싶어 조금 더 관심을 뒀고, 한 때 내가 챙겨 듣는 팟캐스트에 광고를 낸 걸 들을 때는 반가운 마음도 들었지만 거기까지였다. 그런데 이번에 대선을 앞두고 고민을 하다가 녹색당에 가입을 했다. 나도 내가 왜 가입을 했는지 정확히 모르겠다. 뭔가 계기가 있던 것도 아니었다. 반 정도는 충동적이었다고도 할 수 있는데, 솔직히 녹색당의 모든 정책을 지지하는 것도 아니고 녹색당의 모든 표현 방식을 지지하는 것도 아니며 녹색당 내부에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어쨌거나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은 하지만 정작 활동을 하지 않는 문제들에 대해 열심히 활동을 하는 사람들을 후원해주고 싶은 마음이 촛불집회를 거치면서 더 커졌다가 대선을 계기로 나타난 거라고도 할 수 있겠다.

 어쨌거나 이왕 가입했으니 지금보다는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겠다.
 참고로 아래는 나도 이번에 알게 된 녹색당 강령 전문이다.
 (글 쓰면서 이제 알았는데, 이게 全文이 아니라 前文이더라.
 
 
<녹색당 강령 전문(前文)>
 우리는 ‘녹색당’이라는 작은 씨앗입니다.
 이 씨앗을 싹틔워 인류가 지구별의 뭇 생명들과 춤추고 노래하는 초록빛 세상을 만들려고 합니다.
 우리는 작은 도토리 하나가 만드는 떡갈나무 혁명이며,
 여러 무늬와 색깔을 가진 자유로운 사람들의 연합입니다.
 우리는 지구별의 생명을 지키는 지구의 아이들입니다.
 우리는 정의롭고 평화로운 세상으로 향하는 나침반이자 등대이며,
 녹색전환의 씨앗을 심는 농부입니다.
 우리는 보이는 것과 함께, 공기의 순환이나 에너지의 흐름,
 그리고 생명의 고동처럼 보이지 않는 것들의 변화를 중요하게 여깁니다.

 우리는 공동체 돌봄과 살림경제, 협동과 연대의 경제 속에서 대안을 발견합니다.
 우리는 성장과 물신주의, 경제 지상주의를 넘어서는 정당이며,
 화석연료와 핵에너지를 넘어선 태양과 바람의 정당,
 문명사적 전환을 만드는 녹색정당, 반정당의 정당입니다.
 따라서 우리의 대안정치는 기성정당과 같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보편적 인권을 넘어 생활정치ㆍ다양성 정치ㆍ녹색정치를 통해 소수자와 생명과 자연을 옹호합니다.
 우리는 고난과 어려움 속에서도 웃음과 낙관을 잃지 않으며,
 비폭력과 평화의 힘을 통해 세상을 바꿀 것입니다.
 우리는 세계 녹색당과 함께 지구 곳곳에서 녹색전환을 실현할 것이며,
 이 길에 당신을 초대합니다.

170510 대통령 취임사를 듣고 하루하루(일상)

(* 내가 보고 가장 감탄했던 포스터)

: 내 오전은 늘 정신없이 지나간다. 7시 20분, 첫 환자의 입장으로 시작해서 마지막 환자가 들어오는 때까지 종종 화장실에 가고 싶은 것도 참고, 목마름도 잊고 동동거리다보면 어느 새 점심시간이 오곤 한다. 물론 그 와중에도 문득 한숨 돌릴 수 있는 시간이 오기도 하고.

 오늘 그 '시간'에 대통령 취임식(?)을 봤다. 정말 기가막힌 타이밍이었다. 정신을 차리고보니 새로운 대통령이 취임사를 읊고 있었다. 다른 대통령 취임식에 비해 초라해보일 수 있는 자리였다. 가장 좋을 시기인 인수위 시기를 누릴 수 없는 대통령이다. 전임 대통령은 고운 한복 차려입고 오방낭을 여는 행사를 했었다. 예포니 뭐니 각종 의례도 생략되었다. 그게 참 지금 현 대통령이 처한 현실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역대 최악의 재정 상태로 시작해야 하고, 앞선 정부가 벌여놓은 각종 쓰레기같은 상황을 해결해야 하고, 외교 상대국의 수장의 면면을 보면 트럼프, 아베, 김정은, 푸틴, 시진핑이다. 그런데 내가 본 그 어떤 취임식보다 멋져보였다. 이 간결함과 소박함이 앞으로 모든 대통령의 표준이 되었으면 할 만큼.

거듭 말씀드립니다. 문재인과 더불어민주당정부에서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저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울컥 북받쳐올랐다. 드디어 저 말을 취임사에게 듣는구나! 그리고 문득 깨달았다. 난 생애 최초로 내가 지지할 수 있는 사람을 내 손으로 뽑아 그 사람이 대통령이 되는 모습을 보고 있다는 것을. 담담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170509 일상 하루하루(일상)

2017.5.9
- 선거일이다. 남편도 나도 이미 사전투표를 해 둔 덕에 오늘은 그냥 여유롭게 보내는 하루.(아, 물론 남편은 조금 있다가 출근해야 하지만...) 오늘이 아니면 이 말을 할 타이밍을 놓칠 것 같아서 몇 자 적어본다.

 처음 홍준표가 자한당 후보로 확정되었을 때만 해도 쟤들은 뭐 저딴 후보를 대선 후보라고 확정지었나 싶어서 어이없었고, 그 뒤 막말과 무식한 소리들에는 화가 났는데 요즘에는 부럽기까지하다. 저 치의 지지자들은 어떤 말을 해도 저 치를 지지할테니까. 난 문재인 지지자들도, 안철수 지지자들도, 유승민 지지자들도, 심상정 지지자들도, 심지어는 이명박이나 박근혜를 지지했던 사람들도 이해할 수 있지만 홍준표 지지자들만큼은 이해하기가 힘들다. 그냥 무턱대고 지지하는 것으로밖에 안 보이니까. 후보 자신도 그걸 아는 것 같고. 그러니까 저렇게 당당하게 끔찍스러운 소리를 늘어놓을 수 있는 게 아닌가 싶다. 그래서 부럽다. 어떤 기분일까. 되는대로 아무 말이나 지껄여도 환호를 받는 기분은.

 내 남편은 경상디언이지만, 내 아버지에게 한 번도 '영감탱이'라거나 '영감쟁이'라고 한 적이 없다.
 친근하지 않아서 그런건가? 그렇다면 친근하게 대해주지 않아 고맙다.
 웃기고 있어, 진짜.

 이번 선거에서 홍준표 득표율은, 내가 절대 이해하지 못할 사람이 얼마나 존재하는지를 보여주는 비율이 될 것이다.

170508 일상 : 기관지염 하루하루(일상)

2017.5.8

기관지염
 : 기관지염에 걸렸다. 4월 중후반부터 몸살 감기로 고생하던 게 겨우 낫나 싶었는데 일주일 전 정도부터 다시 악화되기 시작해서 이번 연휴 내내 급격히 몸 상태가 나빠졌다. 발작적인 기침을 하고, 나오지 않는 가래를 그르렁댔는데 한 번 격하게 기침을 하고 나면 내 폐에서 뭔가 탄산수 터지는 소리가 뽀글뽀글 올라왔더랬다. 말 그대로 연휴 내내 아파서 가만히 앉아 있는 것도 누워 있는 것도 모든 상황이 고통이었는데 연휴인지라 여는 병원 찾기도 마땅찮아서 제대로 치료를 하기도 어려웠다. 이번에 알게 된 건데, 공휴일에 문을 여는 소아과는 있어도 문을 여는 내과 찾기는 어렵더라.

 그래도 병원에서 굴러먹던 눈치가 있는데 이건 아무리 봐도 항생제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심한 근육통과 4시간 간격으로 오르내리는 열, 그리고 짙고 뻑뻑한 초록색 가래까지. 그런데 토요일에 찾아간 병원에서도 일단 거담제만 주고 지켜보자고 하더라. 신중한 건 좋고 항생제 남용도 나쁜 건 아는데 벌써 2주 째 차도를 보이지 않고 악화되고 있는 내 입장에서는 답답한 노릇이었다. 겨우 출근해서 바로 FM을 찾았다. 이미 내 진료 기록도 다 있는데다가 (내 예상대로) X-ray까지 찍고 나서 겨우(?) 항생제를 처방받을 수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아직 폐렴까지 진행되지는 않았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는 거랄까.

(*어제 미세먼지 예보 앱 표시내용. 깜짝 놀랐다.)

 그나저나 어제(5/8) FM 진료실은 시장통이 따로 없었다. 평소보다 대기도 굉장히 많았고, 한 사람 한 사람의 진료 시간도 길었다. 연휴동안 이어진 최악의 미세먼지 환경 탓에 동네 병원마다 환자들 발길이 이어졌다는데 어제 내가 보고 겪은 광경도 그 여파였을까. 대개 1시 반부터 진행되는 오후 진료에 1시 15분 정도에 등록을 하면 무난하게 첫 번째 순서를 배정받곤 했는데, 어제는 4번째였고, 진료를 보고->X-ray를 찍기로 해서 찍고->그 결과를 가지고 다시 약을 처방받는 이 단순한 과정에 두 시간 정도가 걸렸다. 정작 내가 진료를 본 건 다 합쳐도 10분이 안 되었을 것 같은데 말이다. 이런 걸 보면 1분 진료니 3분 진료니 하는 말이 남의 나라 말 같은게, 내 앞에 말 많은 환자라도 걸릴라 치면 20분 대기는 예사거든. 내 앞의 환자가 근무복 입고 있으면 오히려 안심한다. 대개 3분? 5분? 정도면 나오니까. 다행히 FM이 내 근무지와 같은 건물 내에 있어서 대기 내내 오후 업무 처리하면서 상황 보다가 들어갈 수 있었지만, 안 그랬으면 진료를 아예 포기했지 싶다.

 그렇게 약을 받아왔다. 항생제랑 거담제랑 가글액, 그리고 코푸시럽인데(사진에는 없지만 항생제 부작용을 완화시키기 위한 유산균도 있다.), 문제는 이 코푸시럽. 기침을 하도 해대는 게 너무 힘들고, 주말이 되자 기침에 기관지가 찢어진 건지 뱉어내는 가래마다 피가 섞여 있어서 이게 낫기만 한다면 뭐든 먹을 수 있겠다고 생각은 했는데, 막상 저 코푸시럽을 보자 전투 의욕이 100하락하는 게 느껴졌다.-_-; 어릴 때 저거 질리도록 먹어봤고, 정말 싫어하는 약 중 하나였거든. 세월이 지나 예전에는 약병에 담아주던 게 깔끔하게 스틱포장은 되었지만 맛은 변한 게 없더라. 어른이 되었다고 약을 더 잘먹게 되는 것도 아닌가보다. 여전히 저 약만큼은 먹기가 싫고 느글거린다. ㅠㅠ 오히려 스틱이라 그 맛없음이 오래 이어지는 것 같아 가글컵에 따라놓고 한참을 째려보다가 눈을 감고 삼켰다. 아흑. 빨리 나아야겠다.


170504 사전 투표 하루하루(일상)

2017.05.04
- 사상 첫 5월 대선 참가였다. 빨리 투표를 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오히려 내 선거구에 설치되는 투표소에 가는 것보다 직장 근처 동사무소(현 주민센터)에 가는 것이 편하기도 해서 점심 시간이 되자마자 후다닥 나가 투표를 해 버렸다. 나름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고, 마음도 이리저리 흔들리기는 했지만 투표 전전날부터는 완전히 마음을 굳힌 상태였기에 별로 고민될 것도 없었다. 다시 한 번 이 자리를 빌어 xsfm의 데이터 센트럴에 감사를. 데이터 센트럴이 시작된 이후에는 정말 확신을 가지고 선거를 할 수 있어서 정말 고맙다.

 이미 마음을 정하고 기표소에 들어가면서도 흔들림이 없었지만, 은근 떨리는 건 어쩔 수가 없더라. 혹시라도 실수할까봐 인주를 소여러모로 이번 선거는 참 감회가 새롭다고 생각했다. 1년 전인 작년 5월만 해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질 줄 상상도 못했고, 그렇게 탄핵이 되는 순간에도 현재와 같은 대선판이 짜일 줄은 생각도 못했다. 순진하게도 난 진보와 진보의 대결일 줄 알았지 뭐야. 그래서 정책을 가지고 치열하게 주고 받을거라는 생각 따윌 하고 있었다니, 나도 참 멀었다. 비록 나는 처음부터 신뢰하지도 않았고 좋아하지도 않았지만 어쨌거나 같은 계열(?) 후보라고 생각했던 후보가 변하는 모습도 놀라웠고, 터무니없어보이는 공약을 들고 나와도 당당하게 기승전귀족노조하는, 성범죄모의범 후보가 이렇게나 세를 확보할 거라고도 예상하지 못했다. 박근혜가 그렇게 난리를 쳐 놨는데, 그 후보가 태극기 집회에서 그 따위 말을 해댄 그 모든 걸 잊고 그렇게나 지지를 보내다니! 그래서 시간이 지날수록 저번 탄핵은 정말 기적같은 일이라는 게 실감이 되고, 또 끝까지 마음을 놓지 못하겠다. 

 참 희한한 나라다. 매일의 일상에서 겪는 이 나라는 희망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들고 오만군데가 다 썩어서 이런 나라는 망해도 싸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데 때로는 의외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앞으로 우리나라는 어떻게 되는 걸까. 미우나 고우나 내 나라고, 어차피 마음에 안 든다고 이민을 갈 수도 없으니 이왕이면 오늘보다 나은 모습이길 바란다. 그 마음으로 표를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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