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 일하는 세포를 본 후 잡상 보고듣고(감상)


일하는 세포
- 넷플릭스에서 '일하는 세포'를 3일만에 다 봤다!! (어쩌면 이틀만일지도...)
 
 일단 이 애니는 꽤나 잘 만들었다. 당연히 애니메이션의 한계 때문에 굉장히 단순화했고 상징적으로 표현한 부분이 많지만 그래도 각 세포가 무슨 역할을 하고, 어떤 과정으로 일을 하는지를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알 수 있게 되어 있다. 면역학은 굉장히 복잡하고 생소한 분야라 처음 배울 때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생각하면, 이건 거의 획기적인 컨텐츠다. 내가 이걸 간호대 시절에 봤다면 면역학 공부가 몇 배는 쉬워졌겠지... 그리고 나는 현업이 간호사다보니 눈 앞에서 애니메이션 장면이 나오면 학교에서 배운 이야기도 기억나고 또 그 때 실제로 인체에 어떤 반응이 나타나는지가 실시간으로 떠올라서 더 빠져들어 봤다. 

 처음에는 분명 가볍게 보기 시작했다. 내가 아는 적혈구며 백혈구며 면역 세포들이 의인화되어 말하고 행동하는 것이 웃기고 흥미로웠다. 그리고 마지막편 출혈성 쇼크까지 보고 나니 묘한 감정이 들더라. 현장에서 쇼크는 정말 무서운 상황이다. 내가 가장 많이 접한 쇼크는 저혈량성(비출혈성) 쇼크와 패혈성 쇼크였는데, 일단 쇼크는 어떤 경로로 발생하든 일단 발생하면 빠르게 처치를 하지 않으면 거의 100% 사망하고 제대로 응급 처치를 하더라도 많은 경우 사망으로 이어지는 정말 무서운 응급 상황이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병동에서 일할 때는 정말 심심찮게 만나던 상황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래서 그만큼 내게 익숙한 상황이기도 했다. 아마도 이 때문인가보다. 끝나고 뭔가 묘한 뭉클함을 느낀 것이.

 애니메이션이 표현한 것 이상으로 우리의 몸을 구성하는 세포 하나하나는 살기 위해 끊임없이 일한다. 사람이 죽기 직전의 직전까지, 그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우리 몸은 살기 위해 발버둥친다. 때로 우리는 좌절하고, 내 자신을 미워하기도 하고, 때로는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순간에도 나를 구성하는 세포들은 어떻게든 이 몸을 살리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 새삼 와 닿아서, 어쩐지 아련한 기분이 들었다. 

무능한 상사 고군분투(병원)

2019-08-14
- 오늘 퇴근을 한 시간도 남겨 두지 않고 급하게 상사에게서 호출을 받았다. 다음 달 감사 준비 서류 작업을 도와달라는 호출이었다.
 솔직히 이건 내 본업이 아니라서 거절하고 싶었지만 내가 뭔 힘이 있나... 일단 부르면 가서 해야지.

 가 보니 정말 황당했다. 자세한 건 그래도 공적인 이 곳에 적을 수는 없는 일이지만 어쨌거나 매달 수백만원, 1년에 몇천만원을 다루는 일이었는데, 그 서류작업이, 그것도 지금까지 전혀 되어 있지 않은 것이었다. 게다가 그걸 발등에 불이 떨어져서 정리하려는 실장님은 혼자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난리가 났는데 '난 무슨 말인지 모르니까 아무 생각이 없어. 오호호' 라고 하는 웃음에 정말 깊은 빡침이 머리 뒤에서 올라오는 느낌이었다. 아니, 어떻게 이렇게 큰 돈을, 그것도 부서 돈을 다루는데 검토 한 번 안 해본 거지? 아니면 검토는 했는데 서류 작업은 안 해 놓은 건가? 당연히 '일'이라는 건 서류작업으로 남아야지만 '일'을 한 거지, 아무것도 남은 게 없으면 무엇으로 실제 검토 활동을 했는지를 증명할 건데? 이제와서 서류 정리한다는 것은 말이 '정리'지, 실제 업무는 장부 조작에 가까운 건데.... 시키니까 한다마는 정말 하면서도 어이가 없다. 

 이럴 때는 정말 우리 상사 무능한 것 같다.


분위기가 좋은 팀 고군분투(병원)

2019-08-14
- 우리 팀은 분위기가 좋다. 

 내가 처음 이 부서, 이 팀에 오고 나서 참 신기했던 게 바로 팀 분위기가 좋다는 것이었다. 뭔가 사고가 터졌는데, 담당을 잡는 게 아니라 일단 다들 달려들어서 그 문제를 해결해 주려고 한다?! 게다가 어찌되었건 잘못하거나 실수를 한 사람이 꾸중을 들을 때도 인격을 깎아내리는 느낌으로 혼나는 게 아니라 반 꾸중 반 달램으로 혼난다?! 이전의 병동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어째서 우리 팀은 분위기가 좋은 걸까. 
 
 좋은 사람들이 모여서? 글쎄...
 왜 그런 말이 있지 않던가. '알고 보면 좋은 사람'이라는 말. 물론 사적인 관계로 만나도 안 좋은 사람은 많고 많지만, 대부분은 사적인 자리에서 차분히 이야기 해 보면 정말 나쁜 사람은 적었던 게 사실이다. 이전 병동에서도 그랬다. 일은 힘든데, 같이 일하는 선생님들은 정말 좋아서, 사적인 이야기도 쉬이 나눌 수 있고 뭔가 문제가 생기면 진심으로 걱정해 주는 선생님들도 많았다. 하지만 병동 분위기는 정말 안 좋았거든. 그러니까 흔히 말하는 '일이 힘들면 부서원들 분위기는 좋다'는 말도 아닐 것 같다. 오히려 일이 힘들어서 여유가 없어지고 날카로워지고 책임에 민감해하는 경우를 나는 실제로 겪었으니까. 

 내 생각에 우리 팀 분위기가 좋은 가장 큰 원동력은 우리 팀을 구성하는 사람들의 경력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팀의 막내 간호사가 08년인가 09년도 입사자이다. 그러니까 적어도 10년 이상 병원밥 먹은 사람들로 구성된 팀이 바로 우리 팀이라는 것이다. 물론 중간에 육아 휴직이나 개인 사정으로 경력 공백이 있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래도 그 가닥은 어디 가지 않아서 다들 제 몫을 톡톡히 하고도 남는 사람들이다. 나는 우리 선생님들이 다들 1.5인분씩은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수치만으로 보면 말도 안 되게 정신없이 굴러가는 매일 속에서도 사고가 거의 나지 않으면서 운영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정말 종종 이 환경에서 이렇게나 사고가 안 난다는 건 기적같다고 생각하곤 하거든. 

 물론 병원 일은 고되고 늘 감정을 상하게 하는 일은 일어난다. 얼마 전에도 우리 막내 간호사 선생님이 교수님 때문에 힘들어서 우울해하고 퇴사까지 입에 담은 일도 있었고, 어제는 한 선생님이 잘못하지도 않은 일로 팀장님에게 일방적으로 혼나서 눈물을 보인 일도 있었지만 그 때 다들 위로도 건네고, 정말 힘들면 자신과 자리를 바꿔서 일하는 게 어떠냐고 제안도 해 주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이 팀에서 일할 수 있어서 정말 운이 좋다고 생각했다. 문제가 있을 때 '다들 그러니까 조금만 참아'라거나 '그건 별 것도 아닌 일'이라고 해 버리지 않고 일단 서로 위로를 건네고, 격려하고, 또 주어진 환경 내에서 어떻게든 지금 힘든 순간에 있는 사람들을 챙겨주려는 우리 선생님들이 참 좋다.


[음악] Rainbow(Helen Jane Long) 보고듣고(감상)


Rainbow 
- by Helen Jane Long

 : Helen Jane Long은 애플뮤직을 통해 알게 된 아티스트다. 처음 만난 앨범은 Perspective였지만, 내가 누군가에게 이 아티스트를 소개할 기회가 생길 때 딱 하나 추천하는 곡은 바로 이 Rainbow다. 

 많은 음악가가 음악으로 심상(心象)을 그려낸다. 내가 늘 경이롭게 생각하는 부분인데, 정말로 곡을 듣고 있으면 어떠한 이미지가 명확히 떠오르는 곡들이 있다. 왜 곡의 제목이 이게 될 수 밖에 없는지 알 것 같은 음악들. 이 곡 역시 마찬가지다. 음악이 시작되면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하나, 둘. 토독, 토독, 토독, 빗방울이 떨어진다. 풀잎 위에 위에 강물 위에 빗방울이 떨어진다. 소나기처럼 세차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은 그런 빗방울들이 떨어진다. 음악이 진행될수록 점점 빗줄기가 굵어진다. 비록 비는 내리지만 하늘은 그렇게 어둡지만은 않은, 그런 날이다. 그렇게 비가 내리고 빗방울이 땅에 부딪쳐 튀어오르고 빗줄기가 모여 흐른다.

 이윽고 점차 비는 조금씩, 조금씩 잦아든다. 
 점점, 점점 비가 가늘어지고 멎는다. 
 그리고 정적.

 나는 이 정적을 듣고 나서야 왜 이 곡의 제목이 Rain이 아니라 Rainbow인지를 알게 되었다.
 백지 한 귀퉁이에 매화를 그려 눈을 그려낸 그림처럼, 음악으로 비를 구름을 그리고 태양을 그려 무지개를 표현한 이 곡이 정말 멋지다고 생각한다.

[음악] In the blood(Home free ver.) 보고듣고(감상)



In the Blood
- 원곡 : John Mayer
- 노래 : Home Free

 : 빌리 조엘의 'Piano man'을 처음 들었을 때 그 노래가 가지는 묵직한 감성에 나는 그 곡을 듣자마자 사랑하게 되었다. 비슷한 경험을,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를 들으면서도 했다. 처음 그 노래를 TV를 통해 듣는데,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눈물이 뚝뚝 흘렀다. 그리고 나는 이 노래를 들으면서도 비슷한 울림을 느꼈다. The Sing Off라는 아카펠라 경연 프로그램의 4시즌 우승팀이 Home Free라는 팀이라길래 별 생각없이 그들의 가장 최근 음반을 틀었고, 거기에 이 음악이 있었다. 
 
 이런 울림을 주는 곡들을 듣노라면 가사에 마음이 너무나 꽉꽉 눌러 담겨 있어서 때론 이런 곡을 듣는 것조차 감당하기 힘들게 느껴질 때가 있다. 어떻게 이런 가사를 쓸 수 있었을까. 정확히 이렇게 표현하기 위해 몇 번을 쓰고 또 지워야 했을까. 더 나은 표현이 없을 때까지 고쳐 쓰면 이런 느낌을 주는 글이 나오는 걸까. 모든 가사가 가슴을 울려서 듣는 동안 몇 번이나 목까지 차오른 감정을 삼켜야했다. 혹여 너무 많이 들어 질려버릴까봐 일부러 조금만 들으려고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번이나 계속 반복해서 들을 수 밖에 없는 곡이기도 했다. 

 내가 가족에게 느끼는 감정, 그리고 또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가족을 향해 느끼는 감정을 이렇게 담담하게 담아낼 수 있다는 게 놀랍다. 절대 부모님 중 그 누구도 닮고 싶어하지 않았지만, 어느 순간 내 안에 느껴지는 그 분들의 흔적을 느끼는 순간들이 있다. 내 동생을 볼 때면 어쩌면 이렇게 다른 나와 동생이 자매라는 연으로 묶이게 되었는지 신기할 때도 있다. 그렇지 않았으면 아마 우리는 서로 스쳐 지나갈 일도 없겠지. 좋아하는 것도, 주로 활동하는 영역도, 또 관심을 주는 분야도 다르니까. 엄마와 아빠와 나와 동생. 우리는 어느 덧 서로 살을 부대끼며 살아온 시간보다 서로 떨어져 지낸 시간이 비슷해졌다. 이제 점점 서로 함께 산 시간보다 서로 헤어져 각자의 영역에서 산 시간이 더 많아지겠지. 마음이 함께 한 시간이 눈에 보인다면 어땠을까. 함께 한 시간이 더 길까, 아니면 떨어진 시간이 더 길까. 누군가의 마음은 지금도 함께 하고 있을까.

 가수는 자신의 이야기를 노래로 풀어놓았고, 나는 그것을 나의 이야기로 들었다. 
 많이 슬펐고, 또 많이 위안받았다.

 오래만에 이런 곡을 만날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미 인터넷에 가사 해석이 있지만, 또 내 해석으로도 옮겨보고 싶다는 욕심이 드는 곡이기도 했다. 


<가사/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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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석은 제가 직접 했습니다. 인용 시에는 제게 댓글로 알려주세요.)
How much of my mother 
has my mother left in me?
How much of my love 
will be insane to some degree?
And what about this feeling 
that I'm never good enough?
Will it wash out in the water, 
or is it always in the blood?

내 어머니는 당신의 얼마만큼을 내게 남겨 두었을까
내 사랑의 얼마만큼이 광기로 변하게 될까
내가 충분히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이 느낌은 도대체 무엇인걸까
이건 물에 씻겨나갈까, 
아니면 내 피 속에 항상 남아 있을까

How much of my father 
am I destined to become?
Will I dim the lights inside me just to satisfy someone?
Will I let this woman kill me, 
or do away with jealous love?
Will it wash out in the water, 
or is it always in the blood?

내 아버지의 얼마만큼을 
나는 닮도록 정해진걸까
단지 누군가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라는 이유로
나는 내 안의 빛을 꺼버리게 될까
나는 이 여인이 나를 죽이게 내버려둘까, 
아니면 이 질투어린 사랑을 끝내게 될까
이건 물에 씻겨나갈까, 
아니면 내 피 속에 언제까지나 남아 있을까

I can feel love the I want, 
I can feel the love I need
But it's never gonna come the way I am
Could I change it if I wanted,
 can I rise above the flood?
Will it wash out in the water, 
or is it always in the blood?

나는 내가 원하는 사랑이 뭔지도 느낄 수 있고
내가 필요로 하는 사랑이 뭔지도 느낄 수 있지만
그 사랑은 결코 내게는 오지 않겠지
정말 내가 원했다면 바꿀 수 있었을까?
과연 내가 이 물결을 이겨낼 수 있을까
이건 물에 씻겨나갈까, 
아니면 내 피 속에 언제까지나 남아 있을까

How much like my brothers,
do my brothers wanna be?
Does a broken home become another broken family?
Or will we be there for each other,
like nobody ever could?
Will it wash out in the water, 
or is it always in the blood?

내 형제들은 서로를 얼마나 닮아있고, 
또 나의 형제가 되고 싶어할까
부서진 가정은 또다른 부서진 가족이 되고 마는 걸까
아니면 우리는 서로를 위해 함께 해 줄까, 
비록 그렇게는 누구도 할 수 없었지만.
이건 물에 씻겨나갈까, 
아니면 내 피 속에 언제까지나 남아 있을까

I can feel love the I want, 
I can feel the love I need
But it's never gonna come the way I am
Could I change it if I wanted,
can I rise above the flood?
Will it wash out in the water, 
or is it always in the blood?

나는 내가 원하는 사랑이 뭔지도 느낄 수 있고
내가 필요로 하는 사랑이 뭔지도 느낄 수 있지만
그 사랑은 결코 내게는 오지 않겠지
정말 내가 원했다면 바꿀 수 있었을까?
과연 내가 이 물결을 이겨낼 수 있을까
이건 물에 씻겨나갈까, 
아니면 내 피 속에 영원히 남아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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