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팟(AirPods) 구매 & 개봉 & 짧은 사용기 횡설수설(잡상)

 드디어 에어팟이 왔습니다. 공식 홈페이지에서 주문하면 배송까지 6주가 걸린다고 해서 '6주팟'이라고 불리는 그 에어팟이 왔습니다! 저도 2월 2일에 주문하여 3월 20일에 수령했는데 애초 수령 예상일은 22일이었으니 거진 6주를 꽉 채워서 수령한 셈이네요.

 에어팟은 나오자마자 특히 디자인과 가격 때문에 말이 참 많은 제품이었지요. 가격은 확실히 좀 비싸긴 했지만(지금도 비싸다고 생각하고 있고) '완전한 무선 이어폰'이라는 점이 너무나 매력적이었기에 저는 에어팟의 출시 소식을 듣자마자 이 제품을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때마침 미국 출장을 가게 된 남편에게 용돈+심부름값까지 넉넉히 얹어 300달러를 쥐어줘가며 꼭꼭 사오라고 했습니다만 돌아온 것은 출시 지연이었죠. 디자인이요? 디자인은 전~혀 상관 없었습니다. 정말 전~혀요. 칫솔을 꽂아놨다느니 담배를 꽂은 것 같다느니 하는 말은 들어오지도 않았어요. 완전한 무선 이어폰이고, 애플이 만들었으면 음질도 최소한 어느 정도는 보장해 줄 거라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전에 쓰던 블루투스 이어폰은 넥밴드 형태의 인이어 제품이었는데, 음질이 실망스러울 정도로 별로인데다가 그 가느다란 넥밴드도 정말 거추장스러웠거든요. 아니, 오히려 한 쪽에만 리모콘이 달려 있는 넥밴드 형태라 그런지 그 쪽으로 무게가 쏠려서 자꾸 선이 오른쪽으로 치우치는 게 정말 거슬리더라고요. 처음에는 블루투스의 매력에 좀 쓰다가 이내 처박아 두곤 했습니다. 심지어 블루투스 버전이 낮았는지 문 하나만 사이에 둬도 끊기기 일쑤고, 조금만 거리가 멀어져도(분명 스펙상 10m 커버 가능하다고 되어 있었는데) 뚜둑거리곤 해서 설거지 하며 패드로 영상을 볼 때나 화장실 청소할 때 정도만 쓰고 거의 쓰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미 블루투스 이어폰의 매력을 알아버렸거든요. 그런 제게 에어팟이라는 제품은 정말 획기적인 제품으로 다가왔습니다. 

 6주를 꽉 채워서 온 제품답게 제조년월일이 2017년 3월이네요. 만든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뜨끈뜨끈한 제품입니다. 
 
 상자를 열면 맨 위에 설명서가 있고, 그 설명서를 들어내면 아래에 에어팟 본체가 필름에 싸여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잠깐. 에어팟을 꺼내기 전에 미리 이베이에서 구입해 놓은 실리콘 케이스를 꺼내옵니다. 에어팟을 사고 나서 심심하면 한 번씩 에어팟 정보를 검색하다가 에어팟 케이스가 옷에만 스쳐도 기스가 난다고 하길래 급히 케이스를 위한 케이스를 사 놨죠. 

 지금이야 제가 이 실리콘 케이스를 살 때보다 이런 실리콘 케이스의 색도 다양해졌지만, 제가 살 때만 해도 흰색과 투명한 것 이 두 종류였는데, 구입 당시에는 흰색이 품절이라 선택의 여지 없이 투명 케이스로 샀어요. 막상 받아보니 괜찮더라고요. 이것도 받을 때까지 2~3주 정도 걸렸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에어팟이나 그 케이스나 주문해놓고 한동안 잊어버리는 게 답이에요. 네, 물론 이렇게 말하는 저도 한동안은 잊는데 성공했지만, 3월이 되기 시작하면서 슬슬 신경 쓰이더니 예상 수령일 1주일 전부터는 매일같이 상태를 조회하긴 했지만요.^-^;; 사람 마음이라는 게 참 그렇더군요. 게다가 배송 당일에는 빨리 이 제품을 받아보고 싶어서 퇴근할 수 있는 가장 빠른 시간에 퇴근했더랬지요. 

짜잔! 케이스도 준비되었으니 이제 에어팟을 꺼내 케이스에 넣어봐야죠.

 참고로 에어팟을 꺼내고 그 받침대를 뒤집어보면 이렇게 라이트닝 케이블이 돌돌 말려 있습니다. 간혹 리뷰 글들을 보면 케이블도 없이 본체만 있어서 아쉽다는 글이 보였는데, 이렇게 뒤쪽에 있으니 잊지 말고 챙기세요. 전 이미 라이트닝 케이블이 많아서 꺼내지 않고 보관했습니다.

케이스를 씌운 에어팟이 모습입니다. 정말 딱 어울리죠? (선택의 여지가 없었지만) 투명 케이스로 하길 잘 한 것 같네요. 

아래 충전 단자도 잘 맞고

뒷면은 이런 모습입니다.

 비츠 솔로3과 마찬가지로 에어팟도 아이폰 근처에서 뚜껑을 열면 바로 연결하겠느냐는 팝업이 뜹니다. 이 때 나오는 애니매이션이 은근 멋져요. 에어팟 케이스가 빙글빙글 돌아가는 애니메이션인데 정말 이 때 이 맛에 애플 제품 쓰는구나 싶었습니다. 애플 제품 간의 호환성은 정말 좋네요. 우리가 잘 만들테니 너는 아무 생각없이 쓰기만 하면 된다는 딱 그런 느낌이고, 전 그런 느낌을 참 좋아하거든요. 참, 사진으로는 잘 보이지 않지만, 단차는 분명 존재합니다. 그런데 전 역시 이것도 별로 신경쓰지 않는 편이라(이어팟 쓰면서도 한 번도 신경써 본 적이 없어서요) 그닥 상관 없습니다.

저기 저 '연결'을 누르면 바로 연결이 됩니다.

 W1칩을 사용한 비츠 솔로3과 마찬가지로 같은 애플 ID를 쓰는 제품들과도 바로 연결이 됩니다. 아이패드도 별다른 설정 없이 바로 연결이 되는데, 다만 아이폰에서 설정한 이름으로 바뀌는데는 살짝 시간이 걸립니다. 이 점도 역시 만족스러운 편입니다. 


<사용기>
 : 제가 글을 쓰는 22일 저녁이면 이 제품을 사용한 지 대략 이틀반 정도네요. 그 동안 쓰면서 느낀 점을 간략히 써 보겠습니다.

 일단, 정말 예상대로 편합니다. 선이 없다는 게 정말 정말 정말 정말 좋습니다. 일단 꼬인 이어폰을 줄을 풀 필요가 없다는 것 자체가 좋습니다. 저처럼 목에 거는 형태의 카드지갑을 끄는 ㅇ분실 방지용 끈이 나오는 것도 봤는데, 아니 그걸 쓸 거면 왜 에어팟을 삽니까. 그냥 비츠X를 쓰고 말지요.(운동용으로만 쓰는 분이라면 OK) 선이 없다는 게 별 거 없어 보일 수 있지만 그게 참 별 거 맞습니다. 예를 들어 이렇게 에어팟으로 팟캐스트나 음악을를 들으며 컴퓨터를 하다가 자연스럽게 화장실을 다녀올 때도 굳이 핸드폰을 들고 가거나 잠깐 팟캐스트나 음악을 멈출 필요도 없습니다.(최소한 저희 집안 내라면 제가 어느 곳에 핸드폰을 두더라도 연결이 끊기지 않습니다.) 집안일을 할 때도 이게 얼마나 편한지 몰라요. 전 주로 집안일을 할 때 아껴뒀던 팟캐스트를 들으며 일을 하는데 주머니에 핸드폰을 넣고 청소기를 밀다 보면 몸을 숙일 때마다 주머니에서 핸드폰이 떨어지기 일쑤였거든요. 아니, 그 전에 일단 주머니가 없는 잠옷류나 여름옷을 입는 경우에는 굳이 앞치마를 매거나 하지 않으면 불편했죠. 설거지를 할 때도 물이 튀는 것을 걱정할 필요가 없고, 요리를 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여기까지만 블루투스 제품의 장점이니 에어팟이 아니어도 이 정도는 다른 제품으로도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당장 제가 쓰던 비츠 솔로3도 마찬가지였고요.) 그런데 에어팟은 여기에 양쪽을 연결하는 선조차 없습니다. 이 편함은 정말 상상 이상입니다. 일단 핸드폰으로 음악을 들으면서 무언가를 하다가 그대로 침대에 누워서 음악을 들으며 인터넷을 하는 동작 사이에 그 어떤 동작도 필요 없습니다. 그냥 하면 됩니다. 음악을 들으며 출근해서 옷을 갈아입고 그대로 자리로 가서 각종 기구들을 세팅하는 동안 귀에서 에어팟을 뺄 필요도 없습니다. 아, 탈의실에서 다른 선생님들과 잡담이요? 그냥 하면 됩니다. 잠깐 툭툭 쳐서 음악을 꺼 놓기만 하면 됩니다.(참, 시리를 쓸 생각이 없어 받자마자 더블탭 설정을 '일시정지/재생'으로 바꿔놨습니다.) 만약 옷을 입는 동안 잠깐 에어팟을 빼 놓는다면 그 잠깐 사이 떨어졌던 배터리까지 거의 100%에 가깝게 충전이 됩니다. 그리고 업무를 위해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기구며 약품을 세팅해 놓을 때도 이전같으면 유니폼 바지에 핸드폰을 챙겨야했지만 지금은 그냥 제 책상에 핸드폰을 넣어두고 몸만 움직이면 됩니다. 이렇게 업무를 하다가 사무실 내선 전화가 오면 한 쪽만 빼고 전화를 받습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음악이 멈춥니다. 전화를 끊고, 다시 끼우면 끊겼던 음악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옵니다. 이게 얼마나 멋진 경험인지 몰라요. 배터리는 5시간이 간다고 하는데, 이 정도면 제 생활 습관 상 굳이 잔량을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출근 시간은 길어야 1시간 반이고(대개 1시간 10분 정도), 이후 검사실 세팅하고 뭘 하더라도 길어야 1시간 40분 후 정도면 빼 놓게 되거든요. 회사에서는 어차피 케이블이 있으니 그 동안 아이폰이며 케이스며 충전을 하고 다시 100%가 된 이어폰을 가지고 퇴근을 합니다. 저는 장거리 출퇴근자라 광역 버스를 타고 다닙니다. 그 동안 의외로 자기 보다는아이패드로 영상을 보거나 게임을 하거나 책을 읽거나 하는데, 이 때도 선을 뺏다 꽂았다 할 필요 없이 몇 가지 동작으로 바로 바로 폰/패드 전환을 할 수 있어요. 오늘 출근 때만 해도 핸드폰으로 팟캐스트를 듣다가 패드로 리듬 게임을 하다가 다시 버스를 갈아타는 도중에는 핸드폰으로 아까 듣던 팟캐스트를 마저 듣다가 갈아 탄 버스에서 다시 못다한 게임을 하고, 버스에서 내려서 회사에 도착해서 검사 준비까지 팟캐스트를 이어 듣습니다. 평소같으면 몇 번을 이어폰을 옮겨야 했던 게 없어진 거죠. 그리고 이건 좀 별도의 장점인데, 회사에서 쓰기 참 좋습니다. 데이터 입력이나 보고서 작성 등의 업무를 하면서 이어폰을 꽂고 있으 분명 일을 하는 게 맞는데도 윗 사람들이 은근 눈치를 주고 저도 좀 신경쓰이고 했는데, 그런 게 없어졌습니다. 아무래도 선이 없다보니까 이게 있다는 걸 인식하기 전까지는 눈에 안 띈다고 하더라고요. 문제는 눈에 잘 안 띄다보니 헤드폰을 쓸 때는 만나지 않았던 도를 아십니까가 다시 절 찾기 시작했다는 소소한 부작용도 돌아오긴 했습니다. ㅠㅠ(제가 도를 아십니까가 잡기 딱 좋은 조건이거든요. 겉보기에는 학생으로 보이고, 입만 안 열면 둥글둥글 성격 좋아 보이고, 여자고, 주로 혼자 다니고.) 

 음질은 이어팟과 같거나 더 나은 것 같아요. 블루투스에서 이 정도로 내 주다니 정말 좋네요. 저음부가 강조되었다더니 밴드 음악 들을 때 베이스음이 정말 기분 좋게 들립니다. 통화 품질은 ...... 사실 제가 핸드폰은 인터넷을 하기 위한 도구고 기본적으로는 들고 다니는 시계인지라 통화를 할만한 사람이 없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전화를 한 사람이 DHL 배달원님이었네요.(쿨럭)

 물론 단점도 있습니다. 음악 앞/뒤로 가기, 볼륨 조절 등을 할 수 없다는 건 정말 불편한 부분입니다. 이미 알고 있었으니 어떻게든 적응하려고 노력 중입니다만, 그 조작성 때문에도 애플 번들 이어폰을 버리지 못했던 저로서는 상당히 아쉬운 부분이에요. 이것 때문에 잠깐 시리로 설정 바꿔서 써 보기도 했는데, 야외에서 시리를 쓰는 것도 은근 불편하고 이건 아무리 주변 사람들 신경 쓰지 않는 저라도 좀 민망한 기분이 들더라고요. 특히 지하철이나 버스에서는 더더욱이요. 제가 실험해보니 더블탭은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둘 다 먹히던데 예를 들어 더블탭->시리 제스춰는 왼쪽으로 유지하고, 오른쪽 부분으로는 기존 리모콘처럼 한 번 탭은 재생/일시정지, 두 번탭은 앞으로 가기, 세 번탭은 뒤로 가기 정도만 넣어줘도 정말 고마울 것 같네요.(볼륨 조절까지는 바라지도 않습니다.) 
 
 결론 : 에어팟을 기대하셨던 분들이라면 망설이지 말고 질러도 좋을 제품인 것 같습니다. 쓰는 순간 디자인은 더 이상 생각나지도 않을 겁니다. 



170321 일상 잡상 하루하루(일상)

1.
 나는 요즘 시한 폭탄과 같은 삶을 살고 있다. 짜증이 확연히 는 게 느껴진다. 다행히 이게 일 때문이라 의외로 집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다.(고 믿고 싶다.) 일은 힘들다. 하지만 이 일이 편해질 가능성이 없다. 그냥 버티는 수밖에.

2.
 주변 선생님들이 꼰대가 되려는지(뭐, 나 역시 그렇게 변해가고 있겠지만) "요즘 애들은 되바라졌다."고 하는데, 나는 도리어 요즘 애들이 좀 더 되바라졌으면 좋겠다. 내 말을 받아치고, 내게 신선한 시각을 제공해줬으면 하는데 의외로 고분고분한 것 같다. 뭐, 생각해보면 나도 벌써 경력 11년차라 이제 막 입사한 신입들 보기에는 뭔가 까마득해 보이겠지. 그래서 끼워주질 않는 건가. 아무튼 좀 더 많은 의문을 제기하고, 아닌 건 아니라고 했으면 좋겠다.

3.
 나이드신 분들의 무례함은 그 세대의 문화인가 그 나이대의 특성인가. 지금 내 나이 30대 중반. 아직 그렇게 되기엔 젊은 건가, 아니면 그냥 난 그런 사람이 될 수 없는 건가. 아무래도 모르겠다. 오늘 직원 식당에서 나이 지긋한 다른 직원 분께서 내 명찰을 보고 내 이름을 가지고 이야기를 시작했는데(유명인과 같은 이름이라...), 아무리 같은 병원 직원이라도 생판 모르는 남에게 웬 참견? 기본적으로 모르는 사람과는 대화하고 싶지 않은데. 이미 일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모르는 사람에게 보일 친절은 다 쓰다 못해 미래의 친절마저 땡겨 쓰고 있다고.

 오늘 집에 오기 위해 탄 택시에서 기사 아저씨가 "어, 저기 가게 바뀌었나봐. 메뉴가 바뀐 건가, 가게가 아예 바뀐 건가."라고 하길래 저게 설마 내게 한 말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싶어서 무시했더니(당연히 혼자말 치고는 너무 큰 목소리였지만), 여기 못 보던 건물이 생겼네 어쩌네 따위의 말을 몇 마디 더 하더라. 처음 보는 사이에 웬 반말이람? 아, 내가 주로 운동화+백팩+포니테일+후드티 조합으로 밝히지만 않으면 학생처럼 보인다는 건 아닌데, 잠깐만요? 설사 내가 20살 학생이라도 서비스 제공자와 서비스 구매자 사이에 반말은 좀 ...? 저기요, 저 아세요? 요즘 어른들은 이런 것까지 짚어줘야 아는지, 원. 계속 무시하고 있자 내 손에 들린 상자를 보면서 드디어 "뭐 맛있는거 사가나 봐요?"라고 반말을 멈췄는데, '아, 제발 그냥 입 닫고 가면 안 될까요?' 라고 하고 싶었지만, 그래도 예의 없는 건 싫으니까 "네, 케이크예요. 남편이 좋아해서요."라고 성심껏 답을 해 줬다,(더불어 배우자가 있다는 어필도.) 하, 그랬더니 "빵 많이 먹으면 안 좋아."라는 말을 하네? 아, 왜 또 반말이셈? 그리고 그런 말은 나한테 빵쪼가리 하나라도 사 주고 난 다음에 하시지? 내가 빵 많이 먹고 소화 불량에 괴로워하든 말든 뭔 상관인데? 진짜 헤드폰 쓰고 다닐 때는 쓸데없는 말은 다 차단해 버릴 수 있어서 좋았는데 날이 풀렸다고 이어폰으로 바꾸니까 바로 이런 사람을 만난다. 이래서 중노년 남자에 대한 편견이 깊어지는 거야. 이런 반말 찍찍하는 무례한 인간은 60대 이상 중년 남자에서 급격히 높아지더라고.

4.
 아, 그러고보니 중노년 남자만 문제인 것도 아니다. 오늘 저녁을 어떻게 할까 하다가 그냥 밖에서 먹고 가자 싶어서 식당에 들러 밥을 먹던 중 일어난 일이었다. 5시를 막 넘긴 시간이라 큰 식당 안에는 그리 많지 않은 사람들이 드문 드문 앉아서 밥을 먹고 있었는데, 몇 테이블 건너편에 앉은 곳에서 종이컵을 찾는 아주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이는 글쎄...최소 50대 중후반 정도? 식당 아주머니가 '여기는 종이컵을 쓰지 않는다'고 하니까 종이컵이 있으면 좋겠다고 재차 요구하길래 뭔 일인가 싶어 잠깐 귀를 기울여 대화를 들어보니 손주 오줌을 받기 위해 종이컵을 찾던 거더라. 직원이 난색을 표하며 밖에 나가서 볼 일을 보고 오라는 말에 내 귀를 의심하고 싶었다. 아, 내가 말로만 듣던 그 종을 여기서 보는 구나. 식당에서 기저귀를 가는 사람도 있다더니 그런 인간이 여기 있었네? 비위가 상해서 젓가락을 내려놓고 싶었다. 어쩜 저리 당당하게 식당 안에서 볼 일을 보게 하겠다고 하지? 그거 요구할 시간에 다녀오겠다. (아, 참고로 그 진상 씨의 대답은 '종이컵에다 하면 간단한데'였다. 진실을 올리는 것도 명예 훼손이 된다는 걸 몰랐다면 찍어서 인터넷에 유포할 뻔)

 진짜 제발 이런 건 우리 윗 세대 종특이었으면 좋겠다. 그럼 최소한 30년 뒤에는 좀 더 나은 세상이 될테니까.

[영화] 미녀와 야수 - IMAX 재관람 보고듣고(감상)


미녀와 야수(Beauty and the beast, 2017) - IMAX
- 관람 일시 : 2017.3.17 17:20
 
* 의식의 흐름에 따른 잡설*
 
 미녀와 야수를 연달아 이틀째 재관람하고 왔다. 내가 처음 보고 느낀 실망이 원작에 대한 원작에 대한 내 애정 때문이거나 새 편곡 및 새 노래에 익숙해지지 않아서 그런게 아닐까 싶어(물론 이 둘 모두일 수도..) 다시 보기로 한 것이다. 마침 IMAX 쪽에 좋은 자리도 나와서 망설이지 않고 극장에 갔다. 

 결론 : 역시 이건 아무리 해도 원작을 넘기 힘들겠다. 하지만 캐릭터 파는 맛은...!

 확실히 그래도 한 번 봤다고 편곡에는 어느 정도 익숙해졌지만, 그럼에도 여러모로 아쉬운 부분들이 보인다. 아니, 오히려 익숙해졌기에 어색한 부분이 더 보인달까. 일단 새로 추가된 노래들은 꽤 괜찮다.(여타 뮤지컬들이 리바이벌을 하며 추가된 노래들이 그닥 좋은 게 별로 없다는 걸 생각하면 이 정도로 끝난 게 감사할 지경이다.) 하지만 노래가 좋은 것과 그 노래가 거기에 있어야 했냐는 문제는 별개다. How does a moment last forever는 특히 reprise는 정말 쳐내고 싶더더라. 엄마 이야기는 아무리 봐도 사족이다. 어린 시절의 파리에서 가지고 온 장미 모양 딸랑이가 아니어도 벨이 아버지를 설득하는 데는 그렇게 큰 문제가 없었을 것 같은데 도대체 왜 집어넣은 건지 다시 봐도 모르겠다. 벨과 야수에게 어린 시절 어머니를 여의었다는 공통점을 주지 않더라도 이 둘은 충분히 공감을 할 만한 요소들이 있다.(타인에게 이해받지 못하는 외로움은 그 중 가장 큰 매개가 되어준다.) Days in the sun 역시 마찬가지. 이 노래 자체는 꽤 멋지다고 생각은 하지만, 이야기 진행에는 불필요하다. Evermore은 있어도 좋지만 없는 것도 좋지 않았을까 하는 정도다. 노래 자체는 좋고 왜 있는지도 알겠지만 원작에서 고통스러운 포효로 모든 감정을 전달하는 장면에 비해서는 좀 구구절절하게 들리는 건 어쩔 수 없다.

 애니의 야수가 야성성을 가진 야수라면, 영화의 야수는 겉은 왕자인데 겉모습만 야수인 그런 존재이다. 사실 외모만 아니면 꽤 괜찮은 사람이다. 뭐랄까. 원작 애니메이션의 야수가 한 번도 철 들어보지 못하고 타인에게 공감한 적이 없다가 벨을 통해서 교류를 깨닫는 캐릭터라면, 영화의 야수는 원래는 좋은 사람이었고 충분히 타인과 소통할 수 있는 자질을 가진 사람이었는데 그만 질풍 노도의 시기에 빠져 그만 홰까닥 하던 시절에 하필 학생 주임 요정님을 만나 딱 걸린 것 같은 그런 느낌이랄까. 

 애니의 야수는 본인이 정확히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존재에 가깝다. 하는 행동을 봐도 그렇고 딱 어느 시기 이상 성장하지 못한 어린애같다. 영화의 야수는 보다 '성인 남자'의 느낌에 가깝다. 신사적이고 말이 통하는 존재. 애니의 야수가 길들이는 맛이 있을 것 같다면, 영화의 야수는 탐구해보고 싶은 캐릭터이다. 애니의 야수는 사랑을 배워 본 적이 없던 존재였다면, 영화의 야수는 사랑의 기억을 잠시 망각한 존재였다. 사실 영화의 야수는 사랑을 아예 모르는 존재는 아니다. 벨을 만나기 전에도 어느 정도 예의를 갖추고 있고, 시종들을 아끼고 그들의 말을 들을 줄 안다. 그들의 삶의 특정 시기에 시종들은 왕자를 과보호하느라 엇나가는 그를 잡아주지 못했고, 왕자는 왕자대로 사치에 빠져 있느라 주변을 둘러보지 못했다. 때문에 프롤로그에 나오는 'for she had seen that there was no love in his heart.(요정은 그의 마음에 사랑이 없는 것을 보았기에)'의 느낌이 사뭇 달랐다. 애니판은 아무리 돌려봐도 왕자가 단 한 번도 그런 감정을 느껴보지 못했다는 느낌이었는데, 이번에 다시 관람한 영화에서는 '그 순간만큼은' 사랑이 없었다는 느낌이다. 

 그래서 야수의 절망은 애니보다는 영화 쪽 캐릭터에서 더 잘 느껴진다. 아마 영화판의 야수는 벌을 받고 어느 정도 정신을 차리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실제로 모리스를 대하는 게 은근 신사적이거든. 과한 벌을 내린 것은 맞지만, 그래도 모리스가 장미를 훔치기 전까지는 그가 하는 것을 굳이 막지 않은 채 지켜보고만 있었으니까. 또 보면 은근히 시종들 말 잘 듣더라고. 분명 애니판에서는 시종들이 몇 번을 조심스럽게 부탁하고 나서야 벨에게 부드러운 태도를 보였던 것 같은데 여기서는 웃어보라니까 제까닥 웃더라? 시종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라고 그 소리 들으면서 정작 자신은 정원에 쭈그려 앉아 책 보고 있기도 하고. 정말 이기적이라면 자기만 생각해야 하는데, 장미를 만져보려고 하는 벨에게 '네가 [우리 모두에게] 무슨 짓을 할 뻔 했는지 아느냐'고 다그치는 모습을 보면, 벨과 관계를 맺으며 변하기 전에도 그 마음 속에 분명히 시종들을 아끼는 마음이 있는 게 보인다. 그런데 그런 그가 어떤 사람도 만나지 못한 채 그 성에 갖혀 그 오랜 세월을 보내야했다니, 얼마나 끔찍했을까. 심지어 영화에서는 장미 꽃잎이 떨어질 때마다 시종들이 점점 사물로 변해가며 성이 무너져내린다. 잊을래야 잊을 수 없도록 계속해서 상기시켜주고 있는 것이다. (애니에서는 최소한 살아있는 사물로 살 수라도 있지...) 

 왕자가 바뀐만큼 조연 캐릭터의 성격도 좀 변했다. 애니에서는 조연 캐릭터들은 순수한 피해자에 가까웠다. 그들이 성의 '사물'로 변한 건 다분히 상징적이라고 생각한다. 주체적으로 움직이는 존재가 아니라 단순히 윗 사람의 비위를 맞추며 사는 '성에 딸린 사물적인 존재'였으니까. 영화에서도 이건 마찬가지이지만, 애니보다는 이 점을 보다 직접적으로 그 메세지를 전해준다. 그들은 야수 옆에 있다가 그만 함께 저주를 뒤집어 쓴 피해자가 아니라 야수와 함께 저주를 받아야 마땅했던 가해자였노라고 말이다. 야수가 엇나갈 때 말리지 못했으며, 그 잘못에 눈 감고 침묵한 존재들이었노라고. 백성의 세금을 받아 화려한 생활을 한다면 그 책임 역시 화려함만큼이나 무거웠다는 것을 생각했었어야 했노라고. 

 그런데 문제는 이 설정 자체는 참 좋은데, 그래서 결말부에 조금 위화감이 든다는 것이다. 상당히 가볍게 넘어간 것이라 아마 대부분은 느끼지 못했을 것 같고 내 과잉 해석인 것도 같은데, 이런 책임감있고 신사적인 야수가 성난 군중이 성에 침입했을 때 방어를 포기한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 애니에서는 이게 설명이 된다. 애니의 야수는 벨이 돌아올 것이라는 기대를 전혀 하지 않는다. 그녀가 자신을 완전히 떠났다고 생각하며, 그래서 완전히 자포자기하는 심정이 되어 군중이 오든 말든 상관하지 않는다. 그런데 영화에서는 벨이 돌아올 것을 기대하거든.(Evermore 자체가 그녀를 기다리겠다는 노래고, 처음에 군중이 쳐들어왔을 때 벨이 돌아왔다고 착각한다) 아니, 양보해서 영화에서도 야수가 벨이 돌아올 것을 기대하지 않았다고 쳐도 '이' 야수는 성을 포기하는 게 이상하다. 벨이 떠나고 시종들을 돌아보며 '그녀에게 해 줬듯 너희에게 자유를 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하는 야수가 그렇게 아끼는 시종들의 안전이 달린 문제를 그렇게 수수방관한다고? 벨이 떠난 직후에도 시종들 앞에서는 감정을 감추고 사과를 했던 그 야수가? 애니를 따라가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겠지만, 처음 볼 때도 두 번째 볼 때도 이상하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별도로 벨은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 다시 들어도 노래는 그냥 적당히 부르는 일반인이고, 그렇다고 연기가 마음에 드는 것도 아니다. 원래 원작에서도 벨은 참 말 안 듣는 캐릭터긴하지만 난 왜 이리 영화판 벨이 별로일까. 특히 막판에 야수가 총 맞을 때는 절로 '야! 너 그렇게 멀뚱히 서 있으면 안 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발 경고라도 날리거나 몸이라도 날리라고! 아, 진심으로 노래 잘 하고 연기 조금 더 나은 다른 배우가 벨을 했으면 훨씬 좋았을 것 같다. 안나 켄드릭이라거나.

 그러다보니 가장 눈물이 난 장면은 야수가 죽는 장면이 아니라 시종들이 완전히 사물이 되어버리던 장면이었다. 특히 콕스워즈와 뤼미에가 서로를 보며 '당신과 함께 일한 것이 영관이었다'고 하는 장면에서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륵주륵주륵주륵 흘렀다.(이건 다시 봐도 가슴 찡한 장면이었다) 어차피 다 살아날 거라는 걸 알면서도 그랬다. 

 아, 이건 너무하다. 일단 미녀와 야수는 내가 좋아하지 않을래야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컨텐츠다. 
 이미 OST도 샀다.
 물 들어올 때 노 젓겠다고 출판사에서 나온 책도 사고 싶다.
 한국판 OST도 살 거다.
 아마존에서 25주년 블루레이 나온 것도 사고 싶다. 
 
 

[영화] 미녀와 야수(2017) : 짙은 원작의 그림자


Beauty and the beat(미녀와 야수)
- 관람 일시 : 2017.3.16(금), 16:15

 : 최근에 디즈니는 자사의 인기 애니메이션들을 실사 영화로 내고 있습니다. 미녀와 야수는 신데렐라와 정글북에 이어 세 번째로 애니메이션이 원작인 실사 영화입니다. 디즈니의 충성 고객인 저는 앞선 두 영화도 모두 봤는데, 그랬기에 미녀와 야수가 기대되면서도 걱정되었습니다. 솔직히 앞선 두 영화 모두 재미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동시에 그렇게 엄청난 작품도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신데렐라는 순간 순간 화면은 참 예쁘고 내용도 새로웠지만 딱 거기까지라는 느낌이었고. 거의 모든 부분을 CG로 만들었다는 정글북은 보는 내내 혀를 내두르기는 했지만, 역시 막 주변에 재미있으니까 꼭 보고 오라고 추천할만한 기분은 들지 않았더랬죠. 

 하지만 전 미녀와 야수 실사판 영화 소식을 들은 그 순간부터 개봉을 기다려왔습니다. 일단 미녀와 야수는 라이온킹과 더불어 모든 디즈니 애니를 통틀어 가장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이거든요. 최근에 디즈니가 내는 애니메이션 작품마다 깊은 만족을 주고는 있지만, 아마 앞으로도 제게 저 두 작품을 뛰어넘는 작품은 없을 것 같아요. 저 두 작품은 작품도 훌륭하거니와 어린 시절의 추억이 어린 작품이기도 하고 처음 본 이후에도 몇십번이나 보고 또 본 작품이기도 하니까요. 아마 많은 분들께 이 작품이 그렇지 않을까요. 당연히 이 영화가 나온다고 했을 때부터 굉장한 기대를 했고, 예고편이 풀릴 때마다 흥분을 감출 수가 없었습니다. 예고편만 봐서는 정말 원작 못지 않은 만족을 줄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비록 뤼미에나 콕스워드, 그리고 야수는 보면서 뭔가 어색한 기분이 들긴 했지만, 뭐 그건 애니메이션의 느낌을 그대로 살리긴 어려울테니 이해하고 넘길 수 있는 정도였고 엠마 왓슨의 벨은 그야말로 원작에 뒤떨어지지 않는 매력을 보여줄 것 같았습니다. 정말 이 작품을 얼마나 기다렸던지요. 그래서 개봉하는 오늘 바로 보고 왔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작품은 원작의 그림자를 거의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원작을 더 많이 기억하고 있으면 있을수록 이 작품에 실망할 것 같습니다. 최소한 저한테는 그랬습니다. 물론 전 원작의 엄청난 팬입니다. 어린 시절 극장에서 힐끗 본 'Belle'의 한 장면만 보고도 이 작품에 반했고, 비디오 대여 가게에서 이 작품을 빌려봤을 때는 연체가 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반납을 하기 싫어 차일피일 반납을 미루고 보고 또 볼 만큼 이 작품을 좋아했습니다. 물론 이 작품의 첫 DVD 타이틀이 나왔을 때도 당연히 샀고요. 용돈을 모아 산 테이프를 늘어지도록 들으며 가사를 외우도록 들었고, CDP에서 mp3 player 그리고 스마트폰을 쓰는 지금까지 휴대용 음악 재생 기기는 몇 년 주기로 변했지만, 그 기기 한켠에는 항상 이 작품의 OST가 들어 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보는 내내 자꾸만 원작, 그리고 뮤지컬 버전과 비교를 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순수하게 영화 그 자체로만 즐기기에 저는 원작을 너무 좋아합니다. 그런데 이 작품이 원작을 떼놓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신데렐라는 완전히 작품을 새로 썼던데, 이 작품은 정말 충실히 원작을 따라가고 있거든요. OST도 원작을 편곡만 달리 해서 가지고 온 게 많죠.

 제가 비록 원작 팬이긴 하지만, 변형을 용납하지 않는 원작주의자는 아닙니다. 뮤지컬로 각색된 버전도 꽤 좋아하고요. 하지만 이 영화는 여러모로 아쉽습니다. 이제부터 그에 대해 두서없이 좀 늘어놔보겠습니다.

 일단 의외로 각본은 좋습니다. 보면서 은근히 감탄한 부분들이 꽤 많았어요. 예를 들어 벨이 길을 떠나며 무엇을 사다주면 좋느냐 묻는 아버지에게 언제나처럼 장미를 가지고 와 달라고 하는 부분이요. 애니 '미녀와 야수'의 모태가 되는 민담에서도 그러니까요. 애니에서는 모리스가 마음대로 야수의 성에 들어왔다가 야수의 포로가 되지만, 원 민단에서는 영화에서처럼 딸을 위해 야수의 성에서 장미를 꺾은 대가로 붙잡히게 되지요. 그리고 여러모로 개연성이 높아졌습니다. 애니는 애니이기 때문에 은근슬쩍 넘어가게 되는 부분이 꽤 많지만, 이게 실사다 보면 그게 확 눈에 들어오니까 이건 잘 한 것 같습니다. 벨이 사는 마을은 정말 작은 마을이죠. 책을 읽는 사람도 극히 드물고요. 그런 게 벨이 가는 서점만 봐도 확 드러나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작은 선반에 몇 되지 않는 책이 늘어서 있어요. 이것은 어마어마한 책이 있는 성의 도서관과 확연히 대비되게 됩니다. 참고로 전 이 도서관을 드러내는 방식, 그리고 원작과 달라진 야수의 캐릭터도 원작 이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원작에서는 야수가 벨에게 도서관을 '선물'로 줍니다. 이미 벨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는 야수가 벨에게 뭔가를 해 주고 싶어하자 뤼미에가 '뭔가 특별한 것'을 줘야 한다고 아이디어를 내는 거죠. 이 도서관을 선물하는 장면 뒤에 이어지는 Something there를 보면 야수가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상태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숟가락이 있음에도 쓰지 않고 게걸스레 음식을 먹어치우고, 숟가락을 쓰는 것에 서툰 모습을 보면 알 수 있지요.) 이건 뮤지컬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뮤지컬 버전에서 도서관을 선물받은 벨이 기뻐하며 '아서왕의 전설' 책을 야수에게 먼저 읽으라고 권하자 야수가 '사실은 글을 모른다'고 고백하지요.(참고로, 이 '아서왕이 전설'책은 영화에서 야수가 '귀네비어와 란슬롯'으로 변형되어 표현됩니다. 이 장면을 보면서도 이런 디테일함을 챙기는 각본가에게 감탄했어요.) 그런데 벨이 셰익스피어를 읊자 자연스레 뒷 부분을 받아 앞고 '이전에 좀 배웠다'라고 으쓱하는 모습을 보자 '맞다. 야수 원래 왕자였지!'라는 생각이 번쩍 들더라고요. 아무리 철없는 시절 마법에 걸려 이후 배움에 손을 놨다고 한들 외아들의 교육을 팽개칠 왕가가 있을까요. 보고 나니 이게 더 자연스럽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로미오와 줄리엣을 언급하는 벨에게 이런저런 작품들이 더 좋다며 아무렇지 않게 도서관을 보여주는 쪽이 뭐랄까요... 더 묘하게 간질거리는 맛이 있달까 더 현실적이달까요. 왕자였던 야수에게 그런 큰 도서관은 '엄청난 것'이 아니라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었을테니까요. 거기에 깜짝 놀라고 감탄하며 '이 많은 책을 다 읽었느냐'면서 놀라는 벨의 모습에 은근 으쓱해해는 모습이 정말 귀엽더라고요. 

 네. 의외로 야수가 귀여웠습니다. 포스터를 볼 때도 예고편을 볼 때도 원작 야수의 멍멍이스러운 귀여움에는 발끝도 못 따라갈 거라 확신했건만 순간 순간 드러나는 모습들이 그리 귀여울 수가 없었습니다. 언뜻 언뜻 드러나는 표정하며 몸짓이 은근히 귀여웠어요. 야수 캐릭터는 생각할수록 매력적으로 나왔습니다. 원작에서도 영화에서도 모리스를 가두게 되는 것은 억지스러운 부분이 있지만, 설득력은 영화 쪽이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야수는 모리스가 불을 쬘 때도, 멋대로 음식을 먹을 때도 모리스 앞에 나타나지 않다가 장미를 꺾을 때에서야 비로소 분노한 모습으로 나옵니다.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민담에서도 그랬던 것 같아요. '내가 널 손님으로 대접해 불도 주고 음식도 줬는데 너는 도둑질을 하느냐'면서 나타났던 것 같은데 영화에서는 '마법의 장미'까지 있으니 '나는 장미 때문에 일생이 저주받았는데'라는 말이 더 설득력이 느껴지더라고요. 게다가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 장미는 기괴하게 뒤틀어지고 영원히 겨울만 지속되는 그 성에서 유일하게 살아있는 생명체이자, 유일하게 '아름다움'이 남아있는 것이었겠다 싶습니다. 그리고 벨과 야수가 유대를 느끼는 부분 표현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왁자지껄한 하인들 목소리를 들으며 '저기 내가 들어가면 웃음이 멈춘다'면서 안 들어가고 밖에서 책 읽는 모습이 또 왜 이렇게 미어지던지. ㅠㅠ 앞서 언급한 그 '숟가락을 안 쓰고 게걸스럽게 먹는 장면'은 그 뭉툭해진 손 때문에 숟가락을 '못' 쓰는 것처럼 표현되어서 고개가 끄덕여지더라고요. 막판에 돌아온 벨을 보고 온 몸으로 기쁨을 표현하며 달려오는 모습은 .... 아아 ㅠㅠ 저도 멍멍이 키우고 싶습니다. (폭풍 눈물) 애니에서 야수가 왕자로 변할 때는 '뭐야. 내가 사랑한 건 야수였다고. 왕자 저리 가! 야수 내놔!'라는 마음이 들었습니다만, 이게 실사다보니 왕자도 크게 나쁘지는 않더라고요. (그래도 야수일 때가 좋은 건 애니나 영화나 같았습니다. 다행인 건 왕자로 변하고 나서 곧 작품이 끝난다는 거죠.)

 가스통과 르푸는 원작에서 그대로 걸어나온 줄 알았습니다. 어쩜 그리 분위기가 비슷하게 잘 나왔나 몰라요. 가스통은 원작보다 좀 더 미친 X였지만, 덕분에 설득력은 여러 모로 올라갔습니다. 전쟁에 미친 사람이라 그렇게 야수를 치러 가자고 했구나 싶었어요. 가스통이 원하는 건 전쟁 그 자체도 있었을테니까요. 

 다만, 의외로 전 엠마 왓슨의 벨에 좀 실망을 했습니다. 네, 물론 엠마 왓슨은 예뻤습니다. 가만히 포스터로 존재하면 이 이상의 벨이 있을까 싶도록 어울리죠. 네. 가만히만 있으면요. 순간 순간은 참 예쁜데.... 그런데.... 솔직히 전 엠마가 Belle의 첫 소절을 부르는 순간 확 깨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물론 뮤지컬 배우도 아니고 전문 가수도 아니니까 어쩔 수 없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확 깨는 건 어쩔 수 없었어요. 지금은 차라리 노래가 좀 더 나은 다른 배우를 쓸 수는 없었을까 싶기도 합니다. 게다가 연기가 의외로 밋밋하더군요. 야수에 비해 캐릭터가 평면적이라 그럴 수도 있지만, 그래도 좀 .......이미 내용을 다 알아서 그렇다고 치기에는 벨이 안 나올 때는 훨씬 재미있는 장면들이 많은 걸 보면 또 그렇지많은 않더라고요. 네, 뭐...다행히 주인공임에도 Belle이 노래를 하는 장면은 의외로 많지 않습니다. 정말 다행이요. 아무래도 제가 이 작품에 대해 느낀 실망의 대부분이 이 벨 때문인 것 같습니다. 전 영화를 보기 전에 미리 OST를 주문해 놓고 갔는데(오늘 퇴근하면서 일단 OST부터 주문해 놓고 영화를 보러 갔는데)

 참, 전반적으로 각색이 잘 나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와중에도 '요정이 준 또 하나의 선물'은 굳이 있어야 했나 좀 의문입니다. 어머니가 흑사병으로 죽어야 했던 것을 알게 되는 장면은 좀 사족같앗어요.

 노래 편곡은 딱 중간 정도 주고 싶습니다. 가사 바뀐 부분들은 괜찮았고, Be our guest의 장면은 좀 어색하게 보인 것도 있지만 이건 실사라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니 넘어가지만 새로 들어간 곡들은 대부분 겉도는 느낌이었지만, 이건 제가 원곡에 익숙해서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그 전까지는 디즈니 애니같던 노래가 갑자기 Evermore 부분에서는 레미즈로 변하는 것 같은 건 기분 탓이었을까요.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던 부분은 Mob Song이었습니다. 이 때 노래와 박자, 화면의 동작이 딱딱 맞아들어가는 게 참 좋더군요. Beauty and the beast(무도회)는 뭐,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만큼 힘을 팍팍 준 게 느껴졌습니다. 원작과 굉장히 유사한 카메라 워크를 써서 향수를 한껏 자극하더군요. 

 
 .....네, 바로 이 '향수'가 문제입니다.
 전 보고 나오면서 '역시 원작을 못 이긴다'고 생각하면서도 내일 또 IMAX로 예매를 했으니까요.



비츠 솔로3 로즈골드(Beats Solo 3 Rose Gold) : 개봉 & 사용기 횡설수설(잡상)


 "이게 다 에어팟 때문이다."

  정말 이렇게 밖에 말할 수 없습니다. 이건 다 에어팟 때문이라고요. 이번에 아이폰7/7+와 함께 에어팟이 나왔을 때 전 드디어 제가 원하던 제품이 나왔다고 생각했습니다.(어차피 아이폰 SE를 산 지 1년 정도 밖에 안 되었기 때문에 정작 아이폰은 안중에도 없었죠) 귀에 골프채를 꽂아놓은 것 같다거나 담배를 꽂은 것 같다거나 하는 혹평은 들리지도 않았어요. 뭐 어차피 전 그런 면에서 남들 시선 별로 신경 쓰지 않는 걸요. 오히려 이어팟이야말로 제가 딱 원하는 모든 기능을 현실화시킨 제품에 가까웠습니다. 완전 무선 이어폰에 일정 수준 이상의 통화품질, 그리고 4시간 이상의 배터리 타임을 갖춘 제품이라니요. 통화 품질을 위해서라면 저 욕먹는 디자인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같은 애플 ID를 쓰는 기기간에는 자동으로 연결된다니! 우와, 짱이다! 닥치고 돈을 바쳐야 했습니다.(전 아이패드도 쓰고 있습니다.) 마침 남편이 미국에 출장을 간다고 하니 전 남편에게 심부름값까지 넉넉히 얹어주며 꼭 에어팟을 사 올 것을 신신당부했습니다.

 ..........그리고 발매가 연기되었죠.(아놔 ㅠ_ㅠ)

 막상 한국에 발매되었을 때는 또 사용기를 뒤적이며 망설이던 차, 에어팟은 정말 그 욕먹는 기기가 맞기는 한지 당최 실물을 찾아보기도 어려워졌습니다. 제가 설 보너스의 힘을 받아 지른 1월 말에는 예상 수령일이 3월 22일이더군요. 오히려 주문 전에는 괜찮았는데, 막상 주문을 하고 나니 도리어 더욱 에어팟을 써 보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시간 날 때마다 후기를 검색하다가 같은 W1 칩을 사용한 제품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게 바로 비츠 솔로 3이었습니다. 물론 비츠X도 있습니다만, 제가 한창 검색질을 할 때만 해도 아직 미발매였고, 일단 에어팟이 있는 이상 비츠X에는 오히려 관심이 가지 않더군요. 어차피 전 격렬하고 뭐고 운동을 하지 않는 걸요.-_-;a  에어팟으로도 충분했고, 전 이어팟 음질을 꽤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비츠 솔로3은 헤드폰이잖아요. 이어폰이랑 좀 다르고, 겨울에는 (이미 한파는 지나갔지만) 귀마개 대용으로도 쓸 수 있을 거고.... 네, 변명 맞습니다. 이미 전 꽂힌 것입니다. 특히 로즈 골드 사진을 보고 제대로 꽂혀버렸습니다.

 애초에 이 비츠 솔로3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 자체가 W1칩을 이용한 애플 기기간 연동과 블루투스 기능(제일 중요!), 그리고 긴 배터리 시간 떄문이었기에(저 같이 충전에 게으른 사람에게는 무시무시한 장점입니다.) 음질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설마 30만원대 헤드폰인데 못 들을 음을 내지는 않겠지, 라는 안이한 마음으로 애플샵에서 청음 몇 번 해 보고 음질은 그닥 신경쓰지 않았습니다.(이렇게 쿨하게 쓰긴 했지만 실제로는 각종 블루투스 헤드폰들 후기를 검색하고, 실제로 보기까지 했다는 건 안 비밀) 이게 정가는 36만원 정도지만, (제가 검색할 당시만 해도) 인터넷 최저가는 26만원 정도로 10만원이나 빠진 가격이었는데 이 정도 가격이면 성능 대비 괜찮은 가격인 것 같기도 했고요. 오히려 제가 이 헤드폰 구입에서 가장 고민한 건 바로 '색상'이었습니다. 애초에 꽂힌 게 로즈 골드고, 최근에 빼박 30대 중반인 나이답지 않게(?) 오히려 예전보다 분홍분홍하고 소녀소녀한 로즈 골드 색상에 자꾸 눈이 가는데(요즘엔 왜 이리 로즈 골드 제품들이 예쁘게 잘 나오나요!) 이건 헤드폰이잖아요. 노트북은 집에서 쓰지만, 헤드폰은 머리 위에 얹는단 말입니다? 괜찮을까, 과연 괜찮을까 한참을 고민했습니다. 그러다가 영어로 검색해보고 깔끔하게 마음을 정했습니다. 그래, 사는 거야. 오히려 저보다 연배 지긋하신 분들이 당당하게 로즈 골드 헤드폰 쓰고 사진 찍은 걸 보니 용기가 생기더라고요. 제가 이 이야기를 했더니 남편은 "아니, 그러니까 지금 사야죠. 더 늦으면 더 쓰기 힘들잖아요."라는 말로 깔끔하게 상황 정리를 해 주더이다. (그런데 참고로 지금은 제가 산 가격에 이 헤드폰-로즈 골드-를 구할 수가 없습니다. 제가 마음을 정하고 결재를 하고 보니 그 가격대가 죄다 막혔고, 올레샵에서도 로즈 골드는 품절 상태입니다. 결재 직후 구매 페이지도 아예 막혀서 배송이 안 올 줄 알고 얼마나 마음을 졸였던지...)
 

 1. 개봉기
 : 사설도 길었는데 개봉기까지 써야 하나 싶지만, 또 이 때 아니면 언제 사진 마구 올려볼까 싶어서 간단하게나마 개봉기를 적어보려 합니다. 시간 없으신 분들은 여기는 건너 뛰세요.


 으흐흐. 오늘 받은 따끈한 헤드폰의 모습입니다.(셀프 발렌타인데이 선물 같네요) 박스를 받자마자 솔로3 맞는지부터 확인했어요. 두근두근합니다. 사실 이 헤드폰을 받으려고 오늘 일을 잽싸게 마치고 칼퇴하여 달려왔습니다. 이로써 노트북에 이어 제가 가진 로즈 골드 아이템이 하나 더 늘었네요.

 정작 제 아이폰은 실버입니다만.

 껍데기에서 상자를 꺼내 뚜껑을 열면 이렇게 덮개가 보입니다. 겉면에는 Change the way you hear sound라고 적혀 있습니다.

 안에는 이렇게 파우치 안에 헤드폰이 담겨 있습니다. 로즈 골드 색상이라 파우치 겉면의 로고도 분홍색입니다. 이런 섬세함이 참 좋네요.

 파우치가 놓여 있는 아래 덮개를 들어올리면 이렇게 부속품이 보입니다.(그런데 어떤 후기에서는 이 파우치 아래 놓인 덮개를 '벼루'라고 하던데 그 말을 듣고 봐서 그런가 정말 그렇게 보이더라고요.) 아래 보이는 흰 선은 리모콘이 달린 선입니다. 이 선을 이용하면 유선으로도 사용할 수 있는데, 제가 산 목적이 블루투스라 당분간 봉인해 둘 생각입니다.

 미니 CD 크기 정도의 자그마한 상자(?)를 들어올리면 그 아래에는 충전 케이블과 파우치를 걸 수 있는 고리가 보입니다. 충전은 micro 5핀 USB를 이용하게 되어 있습니다. 이건 좀 아쉽기도 하고 괜찮아 보이기도 하고 좀 애매합니다. 오히려 전 아이폰 충전과 같은 라이트닝 케이블을 쓰는 게 좋은데 말예요. 그런데 또 생각해보면 이미 라이트닝 케이블로 충전해야 하는 게 남편 아이폰, 제 아이폰, 그리고 아이패드까지 있는데 여기에 헤드폰까지 추가되면 선이 더 필요한가 싶기도 하고 그러네요. 그리고 저 고리는 처음에는 좀 잉여한 구성품이라고 생각했어요. 딱 보기에는 가방 등에 파우치를 달 수 있게 만들어 둔 것 같은데, 아니 누가 이 비싼 헤드폰을 가방에 덜렁덜렁 달고 다닌답니까. 이리저리 부딪쳐 다 망가지라고요? 이렇게 생각했는데, 또 달리 생각해보니 집에서 헤드폰 거치대를 놓지 않고 파우치에 담아 J모양 걸이 등에 걸어놓을 수도 있겠다 싶네요.

 자그마한 상자 안에는 이렇게 설명서와 스티커가 들어 있습니다. 저 커다란 스티커는 애플의 정체성이거나 뭐 그런 걸까요? 아이팟터치 3gs 를 쓸 때부터 애플 제품을 살 때마다 받는 사과 스티커를 도무지 어디에 써야 할지 모르겠어서 그대로 상자 안에 두는데, 이것도 그렇게 될 것 같습니다.

 보호 필름에는 간단한 사용 설명이 적혀 있어서 스티커를 떼면서 자연스레 사용법을 알 수 있게 해 줍니다. 이것도 정말 섬세하게 잘 되어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했어요. 이 쪽은 오른쪽 부분인데, 이 우측 아래로 충전을 할 수 있습니다.

  왼쪽에는 이렇게 볼륨/재생/통화를 제어할 수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건 왜 이렇게 만들었는지 모르겠어요. 이어팟 리모콘은 오른쪽에 있는 것과 반대죠. 어차피 비츠가 애플에 인수된 김에 방향을 통일해줬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그렇습니다. 저도 모르게 오른손이 올라가서요.

 여기까지 쓰다가 남편 아이폰을 잠깐 빌려와서 로즈 골드 3신기를 완성하여 찍어봅니다.

 네, 물론 제 아이폰과도 기념샷을 찍어보고요.


2. 사용기

  W1칩이 들어 있는 제품 답게 아이폰과의 연결은 놀라울 정도로 쉽고 빠릅니다. 그냥 아이폰의 블루투스를 켜고, 헤드폰 전원을 켜면 연결하겠냐는 메세지가 뜨더라고요. 엉겁결에 '연결'을 눌러서 인증샷 찍을 타이밍도 놓쳐버렸어요. 처음에는 핸드폰에 저장된 이름으로 OO의 Beats Solo3이라는 명칭으로 연결되는데, 이 명칭은 설정-> 블루투스에서 바꿔줄 수 있습니다.

 이 헤드폰을 산 목적 중 하나인 애플 기기간 연동을 확인해 봅니다. 아이패드 블루투스를 켜고 기다리면 얼마 안 있어 제가 설정한 이름 그대로 연결이 되는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얼마 안 있어'는 생각보다 길 수 있습니다. 한 7~10초? 전 정말 1~2초만에 연결되는 걸 상상해서 좀 길게 느껴지더라고요.)

 애플 기기간의 연결을 여러 번 테스트 해 봤는데, 이게 잘 된다면 잘 되고 부족하다면 좀 부족합니다. 생각만큼 매끄럽지는 않아요. 기기간 연결에는 5초 내외의 시간이 소요됩니다. 아이폰에서 음악을 듣다가 아이패드로 연결할 때는 일단 기기 목록에서 헤드폰을 선택하고 잠깐 기다렸다가 음악을 틀어야지 바로 음악 틀고 헤드폰을 선택하면 패드의 외부 스피커로 음악이 좀 나오다가 연결이 됩니다. 이걸 말로 설명하기는 좀 어려운데, 아마 사용하다보면 바로 아실 거예요. 처음에는 조금 헷갈렸지만, 이내 익숙해지는 부분이긴 합니다. 그리고 아이폰/아이패드를 동시에 연결했을 때 양쪽 모두에 헤드폰이 떠 있는데, 중간에 좀 오류가 나타나기도 했어요. 아이폰에서 재생하고 있을 때 아이패드에서는 기기 목록에 헤드폰이 잘 잡히고 있었는데 반대로 아이패드에서 재생할 때는 아이폰 기기 목록에서 헤드폰이 안 보였거든요.(제가 말하는 이 '기기목록'은 빠른 실행화면에서 볼 수 있는 기기 목록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설정->블루투스에서 볼 수 있는 기기 목록에서는 둘 다 잘 보였습니다.) 이건 아이폰을 껐다 켜니까 그 때부터는 두 기기 모두에서 잘 보이더군요.

 블루투스 연결은 정말 만족스럽습니다. 2만원대의 싼 블루투스 이어폰, 그것도 꽤 초기작을 쓸 때는 문만 닫혀있거나 조금만 멀어져도 뚜두둑 끊기기 일쑤였는데, 이건 거실에 놓고 집안 어디를 돌아다녀도 전혀 끊기거나 하지 않더라고요.  거실에서 사진 찍다가 착용한 모습을 보고 싶어 별 생각없이 쓰고 있는 채로 안방 화장실에 갔는데 음악이 끊기지 않는 걸 보고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요! 얼마나 떨어지면 끊기는지 궁금해서 서재-안방/서재-옷방(집 안에서 가장 멀다고 느껴지는 거리) 거리에서 테스트를 해 봤을 때도 전혀 끊김이 없었고, 볼륨 조절/재생 조절 모두 잘 되더라고요. 이제 핸드폰을 가지고 다닐 필요 없이 청소기를 돌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말 감격스럽습니다. ㅠㅠ 제가 모르는 새 기술이 이렇게나 발전했군요!

 블루투스 지연도 거의 없는 편입니다. 동영상을 볼 때 음성 밀리는 느낌은 전혀 없었고, 음악을 껐다 켰다 해 봤을 때도 바로바로 반응을 했습니다. 하지만 이걸로 끝내면 안 되죠. 확실히 테스트를 해 보기 위해 리듬 게임을 해 봤습니다.

 먼저 Cytus를 실행해 봤습니다.

 오랜만에 해 봐서 어떨까 싶긴 했는데, 생각보다 좋은 점수가 나오더라고요. 고수 분들이라면 Easy 모드에서는 하품하면서도 밀마를 찍겠지만, 전 그렇게 실력이 좋은 편은 아니어서요. Easy 모드에서는 음이 밀린다는 느낌은 그닥 받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게 또 Easy 모드여서 그럴 수 있잖아요? Hard 모드로도 플레이를 해 봤습니다.

  오. 기록을 갱신했다. 하드 모드에서도 이 정도면 만족스럽습니다.

 Deemo도 플레이를 해 봤습니다. Normal 모드에서 FC. 어차피 전 AC는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으니까 이 정도면 제겐 무난히 즐길 수 있는 정도입니다. Cytus / Deemo를 Hard모드에서 MM/AC 찍는 수준에서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제게는 꽤 만족스러운 편입니다.

 ..........문제는 에어팟에 대한 기대가 더 올라갔다는 거죠. 같은 칩을 사용하고 있으니 이 정도의 연결은 보여주겠지요? 그것만으로도 출퇴근이 얼마나 편해질까요. 버스에서, 지하철에서 주머니에 넣었던 이어폰 줄을 푸는 시간이여 안녕! 빨리 에어팟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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