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레이첼 야마가타는 '남자친구님께서 좋아하시는 가수' 정도의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니까 최소한의 관심은 받아 '언젠가 한 번 들어봄직한 가수' 카테고리에 들어가 있는 가수이며, 아무렇게나 그녀의 곡을 몇 개 정도 재생해 본 정도라는 말이다. 최근의 내가 듣는 음악은 대부분 클래식(그 중에서도 고음악)이라 상대적으로 다른 음악은 거의 듣지 않고 있어서 더욱 그랬다. 그런데 나란 인간은 참 단순한지라 '한정반'이라거나 '특별판'이라는 말에는 무지막지하게 약하다. 특히 잘 빠진 CD, DVD 패키지에는 무척이나 약하다. 마침 레이첼 3집의 한정반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는데, 이게 은근히 탐나게 나왔더랬다. 그래,
인터넷에 올라온 사진 상으로는 말이다.
(만악의 근원.jpg)
이 사진을 보고 '오, 하드커버 CD+
사진 엽서 12장'이라고 생각한 내가 이상한 건 아니겠지. 내가 상상한 건 저 사진 '엽서' 12장이 하드커버 CD 안에 살포시 (이왕이면 비닐 속에) 들어있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받아든 택배 상자가 은근히 무게가 나가더라? 책을 한 권 함께 주문했다고 치지만, 그 책 때문이라기에는 무게가 너무 나갔다. 그리고 상자를 열어보고 나도 모르게 '이게 뭐야!!'라는 말이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여기까지는 단순한 원근감의 장난이라고 생각되겠지.
일반 CD와 비교하면 이 정도 크기인데, 사실 이 정도면 '그냥 조금 큰 CD' 정도겠다.(물론 CD 정리에 골치가 아파질 사이즈긴 하지만)
그리고 CD는 이렇게 두툼두툼두툼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저 CD와 사진 판넬 쪼가리(?)들이 다 따로라는 거. 그걸 저 내구성 약해보이는 종이끈이 묶어주고 있다. 이걸 좋아해야 하는 건지 슬퍼해야하는 건지 모르겠다. 분명 한정반다운 패키지인 것도 같은데, 이왕 이렇게 만들 거 돈을 좀 더 써서 보관을 잘 할 수 있도록 종이 상자 같은데 포장해줬으면 좋지 않았을까. 저것을 내가 과연 모서리 상하지 않게 잘 보관할 수 있을까.
사실 상품 구성 자체는 꽤 흡족스러운 편이다. 패키지도 예쁘고, 정성이 들어간 게 '한정반' 다운 느낌이 든다. 특히 저 왼쪽에 소담하게 있는 꽃송이가 마음에 든다. CD과 겉표지의 Rachael Yamagata는 레이첼 본인의 손글씨고, Chesapeake나 사진 밑의 글들은 사진작가의 손글씨라는데, 이건 뭐 그닥(;;;)
사진 판넬들은 꽤 잘 만들어졌다. 앞면은 인테리어용 작은 이젤 위에 하나씩 세워놓으면 그대로 액자가 될 것 같고, 뒷면에는 저렇게 가사와 국문 해석이 있다. 특히 해석이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문제는 내가 이걸 자꾸 보면 볼수록 이 판넬들의 보관상태는 나빠지게 된다는 점이겠지.
사실 정말 간만에 '한정반'다운 한정반 구성이라고 생각한다. 12개의 곡애 맞춰 고른 12개의 사진이라는 점도 특별해 보이고. 그런데 정말 이거 받아들고 놀란 사람이 나 하나 뿐인가. 인터넷에 도무지 이 CD에 대한 리뷰는 커녕 '이거 받아들고 놀랐어요 ㅋㅋㅋ. 엽선 줄 알았는데'라는 말 한마디조차 못 찾겠더라. 그래서 '이런 건 나라도 포스팅 해야 해!'라는
쓸데없는 블로거의 혼이 발동하여 이 밤에 영양가 없는 포스팅을 끄적이고 있다.
+) 그런데 이건 지름밸리로 보내야 하나 음악 밸리로 보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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