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ase(1978)
- 감독 : 랜달 클라이저
- 출연 : 존 트라볼타 / 올리비아 뉴튼 존 / 스톡커드 채닝 / 제프 코너웨이
각본 짐 제이콥스 / 워렌 케이시 : 영화 '그리스(grease)'를 드디어 봤습니다. 제가 후기를 쓰진 않았지만, 저번 여름 끝자락에 그리스의 매력에 뒤늦게 빠져 허우적 댔었거든요. 참 여름에 잘 어울리는 작품이었죠. 하지만 이 영화의 DVD는 너무 구하기가 어려워서 지금껏 보지 못하다가 어제 드디어 볼 수 있었습니다.
이 영화는 뮤지컬을 영화로 옮겨 놓은 것입니다. 뮤지컬 '영화'죠. 한 작품이 여러 장르로 변환될 때마다 각각의 장르에 맞춰 느낌은 많이 달라집니다. 같은 작품이라도 그것을 소설로 볼 때와 영화로 볼 때, 또 무대 위에서 볼 때의 느낌은 사뭇 다르잖아요. 전 뮤지컬로 그리스를 먼저 접해서인지 영화가 퍽 낯설었습니다. 만약 뮤지컬을 먼저 보지 않았다면 이 작품을 이 정도로 즐길 수 있었을지 없었을지 아직도 갸웃갸웃할 정도로요. 우선은 화면부터가... 70년대의 정서가 와닿지 않았어요. 막나가는 날나리 집단의 여두목(?) 리조의 '파격적인(?)'복장이 지금 보면 파격적이라기보다는 무척이나 얌전하고 말쑥한 세미 정장이었다던가, 뽀글머리 파마를 한 학생들이라던가... 어디 남자 앞에서 치마를 입고 다리를 드러내며 춤을 추냐고 길길이 뛰는 복장이 발목까지 내려올 것 같은 긴 치마라든가 하는 것들요. (.....그리고 그 70년대풍 화장이 도저히 도저히 와 닿지가 않았어요)
같은 작품을 옮기다 보니 내용은 비슷합니다. 샌디와 대니는 해변에서 만났다가 헤어지고, 고등학교에서 다시 만나지만 서로의 차이 때문에 별별 우여곡절을 겪다가 결국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해피엔딩~ 이라는 거죠.
뮤지컬을 영화로 옮기면서 뮤지컬과는 넘버 선정도, 순서도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예를 들어 댄스 파티 장면은 뮤지컬에서보다 깁니다. 워낙에 좋아하는 장면이라 즐거워하며 보긴 했지만, 역시 이건 무대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가 고스란히 전해져오던 뮤지컬에 비할 바는 아니었어요. 하지만 이 영화는 뮤지컬과는 사뭇 다른 매력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영화이기 때문에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늘어놓을 수가 있거든요. 예를 들어 영화에서는 대니와 샌디가 처음 만나는 장면을 직접 초반에 보여줍니다.(뮤지컬에서는 생략되어 있죠) 티버드파와 스콜피언파와의 갈등도 좀더 잘 드러나있고, 뮤지컬에서는 아주 잠깐 댄스파티에서나 등장하는 스콜피언파와의 충돌도 극적으로 표현되어 있어요(영화에서는 레이싱 대결을 합니다). 뮤지컬에서 놓치고 있었던 부분들을 영화를 보면서 뒤늦게 '아, 이게 이래서 그랬구나!'라고 깨닫게 된달까요. 프렌치의 분홍머리에 얽힌 사연도 자세히 나오고요. 이런 소소한 부분들이 바로 영화가 가진 강점이자 매력이 아닌가 싶어요. 그리스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 보셔도 좋을, 그런 영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