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ll Me on a Sunday
: 홀로 꿈꾸는 공주님을 위한 노래
- 데니스 : 김선영
(그 외 목소리 출연 : 이경미, 조정석, 정성화, 고영빈, 김태한)> 오늘날 싱글로 살아간다는 것 - 여러 면에서 홀로 살아간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최근 들어서 혼자 다니는 사람이 늘었다고는 해도, 여전히 혼자 아무렇지 않게 밥을 먹을 수 있는 식당을 찾는 것은 어렵습니다. 어느 정도 나이가 들기 시작하면 으레 '남자 친구 없니?'라는 질문을 받게 됩니다.
오랫만에 만난 공연, 근 한달 반 동안 일절 공연을 보지 못하다가 본 공연인 Tell Me on a Sunday는 이런 오늘날을 사는, 아직 꿈꾸고 있는 공주님을 위한 이야기였습니다.
Tell Me on a Sunday는 1인극, 즉 모노드라마입니다. 주인공인 데니스는 20대 후반, 30대 초의 싱글 여성으로, 실연을 당한 후 뉴욕으로 떠나게 되고, 그 곳에서 세 남자를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차례로 실연을 당하게 됩니다. 사실, 이야기는 특별할 것 없는 이야기입니다. 너무나 흔해빠진 이야기죠. 동시에 내 친구의 이야기이며, 내 언니, 내 동생의 이야기이며 동시에 우리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 이처럼 수많은 사람들 모두 나처럼 떨면서 오고 가는 걸까? : 이야기는 데니스의 실연으로 시작됩니다. 1인극이기 때문에 관객은 데니스의 시선에서 세상을 바라보게 됩니다. 몰입도는 정말 굉장해요. 데니스의 일상은 뭐라도 딱 집어 말하지는 못하지만 살포시 비밀스런 공범자의 웃음을 웃게 되는 그런 나날이거든요. 나이가 들어도 여자는 여전히 소녀고 공주님이죠. 집에 오자마자 엄마에게 편지를 끄적이면서 "엄마, 나 정말 편지 쓰기 싫어. 제발 이메일 좀 배워, 좀!"이라고 궁시렁대는 모습에는 그저 웃음이 나올 뿐이었지요. 아무리 밖에서 일을 하고 치열하게 살다가도 집에 오면 한없이 게을러지고, 뒹굴거리고, 엄마에게 어리광 부리게 되잖아요?
내가 그 동안 너무 어리게 살았지.
엄마, 나도 이제 어른이 되어야 할 때인가봐.
..........이 나이에서야. 어느 순간부터 몸과 마음은 따로 자라기 시작합니다. 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겠어요. 문득 자신의 나이가 이렇게 되었나 싶어서 깜짝 깜짝 놀랄 때가 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제 주변에는 저보다 어린 사람들이 늘어나고, 누군가에게 기대기 보다는 누군가를 끌어줘야 하는 때가 많아집니다. 그래도 사실은 언제나 '엄마'의 철 없는 딸일 뿐이예요. 데니스는 현명하지도 않고, 멋지지도 않습니다. 쿨하지도 않고, 계획적이지도 못해요. 관객은 계속해서 질리지도 않고 반복되는 그녀의 실연을 보고 또 보게 됩니다. 한편으로는 참 답답해요. '저러고도 얘가 또 저러고 있네..' 싶어서요. 하지만 우리의 모습이 바로 그런 모습이 아니던가요?
> 꺼져! ......라고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 데니스의 첫 번째 남자는 '타일러 킹', 할리우드 최고의 연예기확사 사장입니다. 말 그대로 완벽한 남자예요. 데니스에게 가수로 성공시켜주겠다고 약속을 하지만, 그 뒤의 이야기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뻔한 일이죠. 데니스는 잔뜩 들뜨지만, 곧 그의 실체를 알고 절망하게 됩니다.
두 번째 남자는 일곱살이나 어린 연하 사진작가 스티브입니다. 데니스에게 반했다면서 고백해오죠. 데니스는 처음에는 그를 귀엽게만 보지만, 그를 점차 사랑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는 여행을 떠난다면서 그녀의 곁을 떠난 후, 그대로 연락이 끊기고, 돌아오지 않습니다.
세 번째 남자는 조건 좋고 외모도 완벽한 외모까지 갖춘 리처드 콘란입니다. 스티브와 헤어진 후 풀이 죽어 있는 데니스는 콘란을 만난 후 다시 사랑을 꿈꾸게 되고, 처음으로 결혼하고 싶어 하지만, 그는 '결혼과 연애는 별개'라면서 더 좋은 조건의 여자와 결혼한다면서 데니스의 곁을 떠나게 됩니다.
> 넌 그렇게 우연히, 바람처럼 : 누구든 한 번쯤은 누군가를 사랑한 적이 있을 겁니다. 어릴 때의 철 없는 사랑, 두근 거리는 사랑. 나에게는 먼 사람을 동경하기도 하고, 익숙한 친구가 문득 이성으로 느껴지기도 하고요. 데니스에게는 끊임없이 사랑이 찾아오고, 또 떠나갑니다. 그리고 데니스는 그 만남을 통해 변해가요. 뭐라고 딱 집어 말할 수 없지만, 한 번의 사랑과 한 번의 이별이 그녀를 지나갈 때마다 그녀의 내면은 그 전과는 조금씩 달라집니다. 그리고 그녀에게 찾아온 사랑 모두를 있는 힘껏 끌어안습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이 사랑스럽고 사랑스러워서 저도 그녀를 마음 속으로 꼬옥 끌어안게 됩니다.
Unexpected Song. 전 이 뮤지컬 넘버가 이 작품에 나오는 곡인 줄 몰랐습니다. 그녀가 뉴욕에서 만난 두 번째 남자인 스티브에게 느끼는 감정을 담안 노래하는 이 곡을 듣노라면, 그녀가 얼마나 스티브를 진심으로 사랑했는지를 느끼게 됩니다. 사랑은 데니스에게 바람처럼 우연히 다가오지만, 데니스는 그것이 마지막인 양 꼬옥 붙잡습니다. 진심으로 사랑하고, 크게 상처입어요.
> Tell Me on a Sunday 전화로 안녕 말하지 마요. 짧은 문자로 안녕, 보게도 마요.
그건 난 실어. 제발 일요일, 그날 말해요. 나 홀로 있는.
Tell me on a sunday, please
누구도 나를 보겐 말아요. 우는 얼굴, 우는 말, 우는 모습.
제발 그 누구도 날 볼 수 없는 날,
그 날 말해요, 나 홀로 있는
Tell Me on a Sunday, please....
사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왜 이 작품이 좋은지 딱 집어 이야기 하기가 힘듭니다. 다만 전 이 작품이 정말 좋았노라고 그렇게 말할 수 밖에 없어요. 저기 위에 서 있었던 건, 분명 제 안에도 있는 '그녀' 였다고요. 누구나 사랑을 꿈꿉니다. 로맨스 소설을 읽으면서, 순정만화를 읽으면서 언젠가는 나도 이런 사랑을 하고 싶다고 꿈을 꾸죠. 하지만 그런 사랑을 만나기는 힘들어요. 저 노래를 부르면서 조용히 눈물을 뚝뚝 흘리는 그녀를 보노라니 저도 함께 울고 함께 가슴이 아파왔습니다. 그녀가 사랑을 할 때는 (이미 실연당할 것을 알고 있음에도) 이번에야말로 해피엔딩이길 바라며 함께 두근거렸고, 그녀가 실연에 힘겨워할 때, 그녀가 실연에 넋이 나갈 땐 저도 함께 망연자실 눈물이 났어요. 누가 데니스를 어리석다고 할 수 있을까요? 세상에 영원한 사랑은 없다고, 낭만적인 사랑은 없다고 생각하다가도 다시 한번 꿈을 꾸게 되는 걸요.
엄마, 나 지금 죽었어.
실연 당해 이 꼴이야.
엄마, 아빠같은 사람, 왜 내겐 안 올까?
나 지금 많이 슬퍼. 나 위로해 줘, 엄마. 꿈꾸는 그녀의 모습은 얼마나 사랑스러웠는지요. 마지막, 정말로 사랑하고 사랑했던 사람을 떠나보낸 후 데니스가 다시 한 번 눈물 젖은 얼굴로 사랑은 언젠가 다시 한 번 찾아올거라 다시 꿈을 꿀 땐 그저 뭐라고 할 수 없는 감정에 목이 매어 조용히 눈물이 흘렀습니다. 그래요, 사랑은 언젠가 꼭 찾아올 거예요. 실연으로 힘겨워하는 그녀는 엄마가 보내준 옛날 비디오들, 그녀가 커가는 모습을 담아온 비디오를 보게 되고, 다시 일어서게 됩니다. 그 비디오가 나올 때 왜 그렇게 가슴이 먹먹해졌는지.. 데니스만이 아니라, 저도, 그리고 모두는 누군가의 소중하고 소중한 딸이라는 거, 그 너무도 평범한 진리가 너무 소중하고 소중해서 더 감정이 북받쳐오른 것 같아요. 나 이렇게 사랑받고 있었는데, 난 이렇고 소중한 사람이었는데... 지금 이 모습은 내가 10대때 꿈꾸던 그 모습이었던가요? 내가 30대가 되면, 지금 내가 꿈꾸는 모습이 되어 있을까요? 많은 생각과 많은 감정이 한번에 끓어올랐어요.
내일 다가올 다른 만남들, 난 기다릴래.
내일 다가올 많은 운명들.
Somewhere, Someplace, Sometime
많은 아픔들, 많은 상처들 다시 온 대도.
괜찮아, 난 이겨낼래
다른 운명들, 난 기다릴래.
Somewhere, Someplace, Sometime
오늘을 살아가는, 홀로 꿈꾸는 공주님들에게 보내는 노래. 사랑스러운 공주님들, 오늘도 꿈을 꾸는 공주님들, 화이팅. 언젠가 꼭 꿈꾸는 그런 사랑이 찾아올 거예요. 그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