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하늘의 달이 유난히 커 보이고 붉게 보이는 때가 있다. 한강 다리 위에서 달을 보던 그 날도 달은 무척 붉었다. 신비하고 요기어린 그 달을 볼 때면 이상하게 가슴이 두근거린다. 설레임도 아닌, 묘한 두근거림. 아주 잠깐, 공기에 불길한 마법의 기운이 도는 것 같은 느낌. 왠지 이세계의 문이 열리고 이 세상과 다른 차원이 연결되는 것 같은 느낌.
어릴 때, 비가 오고 번개가 땅에 내리꽂힐 것 처럼 번쩍이던 여름밤을 기억한다. 그 날, 나는 이 세상에서 떠나 다른 세상으로 갈 수 있을 거라 믿었다. 어쩌면 그 날 보이지 않던 달은 붉은 빛이었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