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정만화- 감독 : 류장하
- 출연 : 유지태, 이연희, 채정안, 김영운, 최수영
- 원작 : 강풀의 '순정만화'
- 일시 : 2008. 11. 27, 24:25
- 장소 : 강변 CGV, Star 3관 : 뭔가가 퍼석하게 마르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요즈음이다. 날도 건조하고 손은 갈라져서 일이 끝나면 가벼운 통증마저 느껴진다. 겨울이라 그럴까 차가운 공기가 마음속까지 파고드는 듯하다. 어떤 것을 읽어도, 봐도, 들어도 뭔가가 빠진듯이 퍼석한 상태. 툭툭 털면 마른 먼지가 훅, 하고 일어날 듯 하다. 그 날도 그런 날 중 하나였다. 그러다가 문득 들어간 영화 예매창에서 이 영화가 나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워낙에 원작을 감동적으로 봤던 터라 충동적으로 일이 끝나자마자 근처의 영화관으로 가서 자리를 잡았다.
참 예쁜 이야기들이다. 신파극도 아니고 주인공들이 서로가 없으면 못 살아 죽네마네하는 이야기도 아니다. 그냥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실제로 많이 보기도 하는 이야기들이다. 수영과 아저씨는 어쩌면 헤어질지도 모르고, 어쩌면 잘 될지도 모르지. 숙이 커플도 어쩌면 많이 아파하면서 결국 끝이 날지도 모른다. 하지만 서로를 생각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만은 정말 아름다운 것이 아니겠는가?
만남이 조금씩 계속되고, 모르는 척, 우연인 척, 그 사람곁에 다가가고 싶고, 일상에서 눈길이 머무는 것 하나하나가 그 사람을 생각나게 하고, 또 그 생각에 문득 행복해져서 미소짓는 느낌. 그 5월의 느낌. 하나를 받기보다는 하나를 더 주고 싶은 마음이 사랑스럽고, 겁도 나지만 그래도 한 걸음씩 나아가는 그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워서, 마지막에 문득 눈물이 한가득 고였다. 당당하게 '난 당신을 좋아합니다.'라고 말하며 웃는 그 미소가 너무 찬란했기에.
돌아오는 길에 몸을 시리게 하던 찬 바람은 내 마음까지 시리게 하지는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