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ou je pars
• 보컬 : Emmanuel Moire
: 태양왕(Le Roi Soleil)의 주인공인 Emmanuel Moire의 솔로앨범이다. 태양왕은 나에게 오후의 햇살같은 작품이다. Je Fais De Toi Mon Essentiel도 그렇지만 넘버들이 부드럽고 아름다워서 가만히 걸으면서 듣기에 좋은 음반이기도 하다. 해가 지기 직전에 햇살이 짙어지고, 다정해질 때, 살랑이는 바람이 불어오는 그 시간에 유독 생각나는 음반이었고, 나에게 바로 그 시간의 기억을 깨워줄 음악이 필요했다. 태양왕의 기억에 의지해서, 난 이 음반을 손에 들었다.
표지의 이미지는 이 음반의 이미지와 무척 잘 어울린다. 여름에 불어오는 청량한 바람이, 푸른 잎 사이로 슬쩍슬쩍 보이는 햇살의 빛깔이, 잔잔하게 일렁이는 호수의 물결이 느껴지는 음악이고, 차분히 노래하는 엠마뉴엘의 목소리는 그 음악에 잘 어울린다. 이런 음악이 유독 다가올 때가 있다. 이 음악과 그의 목소리는 높은 바이올린 소리처럼 사람을 감정적으로 고조시키지도 않고, 낮은 첼로처럼 사람의 가슴을 쥐어뜯지도 않지만, 비올라처럼 사람을 가만히 안정시켜준다. 음악을 들으면 차분해진다. 아무 생각없이 물을 참방거리고 싶어진다. 차분해진다고 해서 음악이 심심하다거나 지루한 건 아니다. 그렇지 않으면서도 안정을 준다. 늦은 오후에 푹신한 의자나 침대 구석에 몸을 묻고 음악을 들으면서 멍하니 있는 시간이 좋다. 음악이 끝나갈 즈음이면 강 위로 태양이 떨어진다. 노을이 지기 직전의 노란 태양빛이 강 위로 떨어져서 조용히 빛난다. 음악을 들으면서 하늘을 바라본다. 구름이 느릿느릿 움직인다. 잠깐 딴 생각에 잠겨서 하늘에서 눈을 돌렸다가 다시 바라보면 어느 새 구름은 저 만큼 성큼 흘러가버린다. 난 이 음악을 통해 그런 여유를 느낀다. 개인적으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넘버는 2번 트랙인 Le Sourire. 무슨 뜻인지 모르지만 알 수 없이 슬며시 잔잔한 미소를 머금게 되는 곡이다.
음악은 참 신기하다. 꼭 가방을 메고 여행을 가지 않아도 음악은 내게 숲을 보여주고 호수를, 햇살을, 하늘에 떠도는 구름을 보여준다. 그리고 조금, 일상에 마법을 걸어준다. 이어폰을 꽂으면 삭막하던 거리가 조금은 따뜻하게 느껴지고, 춥고 짜증나기만 한 겨울이 조금은 아름다워 보인다. 엠마뉴엘이 보여주는 태양은 단번에 우울함을 날려버리거나 어둠을 단숨에 태워버리는 강한 빛이 아니라 우울해도 괜찮다고 다독여주는 부드러운 태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