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장이 너무 많다
(원제 : Too Many Cooks)- 렉스 스타우트 (지은이), 김우탁 (옮긴이), 동서문화동판주식회사 : '제 비극은 더 이상 읽을 셜록홈즈가 없어졌을 때부터 시작되었어요. 아참, 더 이상 읽을 브라운 신부님이 없어졌을 때부터도요.' 요즘 취향에 맞는 추리소설 찾기가 어렵다고 저렇게 아는 분께 징징댔더니 그 분이 추천해 주신 소설이 바로 렉스 스타우트의 소설이었습니다. 다른 것보다도 여기에 나오는 탐정과 조수가 기가막히게 귀엽다고, 번역의 문제만 넘길 수 있다면 정말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거라고 하시면서요.
과연 그 중역은 넘기 힘든 산이긴 하더군요. 한 페이지 읽고 책을 놓고 두 페이지 읽고 책을 집어던지길 수차례, 하지만 겨우겨우 사건이 일어나는 단계까지 와서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자 거침없이 책장을 넘기는 속도가 빨라집니다. 결국 밤을 새서 읽어버릴 정도였는데 왜 네로 울프와 아치 굿윈이 그렇게 유명한 탐정-조수 콤비인지 이해가 되더군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 어느 순간부터 사건 자체보다는 이 조수(아치 굿윈)가 탐정(네로 울프)을 타박하는 걸 보는 재미로 책을 읽어나갔을 정도랄까요. 아니 뭐 이런 관계가 다 있죠! 탐정과 조수 콤비라고 할때 역대 최고의 콤비이자 최강의 콤비인 홈즈와 왓슨이 서로에게 지고지순한 관계라면(왓슨이 다쳤을 때 홈즈가 눈물을 글썽이고, 홈즈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생업을 팽개치고 달려오는 왓슨을 생각해보세요), 이 네로 울프와 아치 굿윈은....서로 씹어대며 정이 드는 관계에 가까워 보입니다. 귀찮아서 사건은 안 맡겠다고 한다거나 조수를 거의 막 굴려먹는 네로 울프도 네로 울프지만, 탐정 앞에서 자기는 더 이상 피곤해서 일 못하겠다고 한다거나 정규 근무시간은 8시간이라고 선언(을 하려고 시도만) 하는, 게다가 무료로 하는 일은 영 흥이 나지 않는다는 조수의 모습에는 그저 입이 쩍 벌어질 뿐입니다. 이 두 사람의 캐릭터가 너무 재미있다보니까 사실 사건 자체보다 이 두 사람의 만담이 더 기대되더라고요. 사건은 간단합니다. 15명의 요리장들의 모임 중에 있는 미각 테스트 도중 요리장 한 명이 살해당한다는 거예요. 동기를 가진 사람이 있고, 기회를 가진 사람이 있습니다. 물론 경찰은 엉뚱한 사람을-그러나 가장 큰 동기와 기회가 있었던 사람을- 범인으로 지목하는데 그게 하필 네로 울프가 이 사람은 범인이 아니라고 하던 사람이었고, 그 사람을 풀어줄 증거를 잡기 위해 사건에 뛰어들게 됩니다. 그리고 여기에 읍읍읍읍(<-스포일러 자체 심의 삭제). 그래서 왈왈왈왈 해서 삐이----- 하게 된다는 이야기죠. 그래도 역시 이 책의 묘미는 조수가 탐정을 자근자근 잛고 탐정이 조수 굴리는 거라, 어쩐지 서로 알 거 다 아는 한 20년지기 부부를 보는 느낌이 들곤 합니다. 정말 번역만 아니라면 오랜만에 유쾌하게 읽은 탐정소설이었어요.(....그래도 제 마음속 성역에는 역시 홈즈와 왓슨이 있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