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기

by 이카 | 2009/06/20 00:04 | 횡설수설 | 트랙백 | 덧글(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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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배트맨 at 2009/06/20 01:32
뭐라고 위로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요. 진부한 표현이겠지만 "힘 내세요"라는 말씀 밖에 드리지 못하겠네요. 이카님의 사생활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기숙사가 아닌 곳에서 휴식을 취하실 수 있으시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상황에서는 퇴근을 하셔도 기숙사에서 생활을 하셔야 하니까 심리적으로 편안함을 느끼시지 못하실 것 같아요. 뭐랄까요. 병원 생활의 - 근무의 - 연장이라는 생각도 드실 것 같고요. 아마 저였어도 그랬을 것 같습니다.

영국에 가신다는 말씀을 하셔서 10월에 떠나시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아직 때가 아니시라면 휴가를 - 또는 사나흘 정도 - 다녀오시는 것도 괜찮은 방법중의 하나일 것 같습니다. 왜 그런 것 있잖아요. (해외 여행이 아닌) 꾸며 입을 필요도 없고, 사진기도 필요없는 그런 곳에서 글자 그대로 푹 쉬시는 것이요.

그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으신다면, 여가 시간에 스티브의 음악을 들으셔도 큰 즐거움과 위안은 못얻으실 것 같고요. 평양 감사도 본인이 싫으면 그만이라는 말도 있지만, 이카님의 직업 그렇게 나쁜 직업은 아니거든요. 간호사 선생님들의 생각은 물론 다르겠지만요.

일단 정신적, 육체적 휴식을 취하실 수 있는 며칠 정도를 한번 시간을 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명동 거리도 한번 나가보시고요. 그곳에서 커피 마시면서 지나가는 사람들도 구경해 보시고요. 매장에 가셔서 쇼핑도 해보시고요.. 심야 시간에 영화도 한편 보시고요.. 하루종일 볼륨을 맥시멈으로 올려서 스티브의 음악에도 깊이 취해보시고요..

이카님 힘 내시고요. 절대 흔들리시면 안되십니다. 꼭 이겨내셔야죠. 응원해 드릴께요..
Commented by 이카 at 2009/06/20 20:00
친절하고 다정한 답글 감사드립니다. 사실 제가 집이랑 병원이 좀 많이 멀어서 Day 근무나 연속근무시에는 도저히 집에서 다닐 수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기숙사에 살고 있습니다. 그게 제게도 편하긴 한데, 배트맨님의 짐작대로 기숙사에서는 심리적인 긴장이 이어집니다. 바로 문 밖만 나가도 병원사람들을 계속 만나는 데다가 그들의 생활이 곧 제 생활이라 계속 병원에서 근무하는 기분이 들곤 합니다. 예를 들어 출근 시간 즈음에는 그 시간에 근무하는 간호사들이 시간차를 두고 일제히 출근을 하다보니 준비를 하면서도 압박을 느끼고, 자다가도 출근준비하는 소리에 저도 모르게 경기를 일으키며 화들짝 깨서 화장실로 달려가기도 합니다.(제가 지각한 줄 알고요)

10월에는 정기면담이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 면담이라고 해도 '잘 지내지? 그럼 열심히 일해라'라는 상사의 훈계를 듣는 시간이지만(정작 대부분은 '네'만 반복하다가 나와요), 전 그 10월에 '그런데 저 그만둘 겁니다'라는 말을 하려고요. 인수인계가 없는 직업이지만, 그래도 그만두려면 미리 말을 해야 하거든요. 우스개소리로 사이비 종교집단보다도 빠져나가기 어려운 곳이 병원이라는 말까지도 있을 정도니까요. 일은 내년 3월까지만 하려고 합니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요. 5개월이나 미리 말을 했는데 그 때까지도 협상이 되지 않으면 전 박차고 나오는 수 밖에 없겠지요.

요즘에는 정말 벼랑 끝에 아슬아슬하게 서 있는 기분이라 우울함에 끝도없이 빠져들고 있었는데, 배트맨님의 답글 덕에 살풋 웃었습니다. 감사해요. 언제나 제 곁에는 제 게는 과분한 분들이 계시는군요.

아참, 올 7월에는 (가능하면) 동생과 여행을 다녀오려고 합니다. 정말로 탈출구가 간절하게 필요해요(웃음).
Commented by 김성 at 2009/06/20 12:45
아직 안왔나요. . .. .

시간이 어디로 갔는지 모르게 사라졌다는 말이 참 와닿네요ㅠㅠ

사회가 다 그렇지 않나 싶습니다만. .
Commented by 이카 at 2009/06/20 20:01
그렇죠? 시간은 참 빨리 갑니다. 그런데 제발 빨리 지나가라는 시간은 참 느리게 가더라고요.

.....그런데 뭐가 아직 안 왔냐고 하시는 건지 여쭤봐도 괜찮을까요? 생각을 해 봐도 떠오르질 않아서요 ^-^;
Commented by 끼약 at 2009/06/20 16:25
왠지... 주제넘지만 이카님이 조금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었어요...(죄송해요;ㅅ;)
부디 곧 이카님의 육체적,정신적인면을 채워줄 '무언가'를 찾으시길 바랄께요
Commented by 이카 at 2009/06/20 20:01
:) 감사합니다.
Commented at 2009/06/21 00:02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at 2009/06/21 00:09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이카 at 2009/06/23 23:41
다정한 걱정에 감사합니다. 사실 저도 그게 걱정이예요. 3월까지 버틸 수 있을까요? 점점 제 자신이 고갈되는 것이 느껴지고 하루에도 몇 번씩 '도와줘!'라는 말이 소리없는 비명처럼 제 가슴속에서 맴돌거든요.

그런데 거기 가입비가 얼마인가요? 너무 비싸지만 않으면 꽤나 궁금한 곳인데요?
Commented by 아사 at 2009/06/21 15:50
언제 한번 이카님 쉬시고 여유로운 날에 맛있는거 먹으러 가요. 먹고 쉬다가 다시 먹고 먹고 먹을 수 있는 곳으로요ㅠ.ㅠ
Commented by 이카 at 2009/06/23 23:41
네. 언젠가는 꼭.
Commented by 마리 at 2009/06/21 21:09
일단은 전문성과 자격증을 가진 직업이어야 안심을 할 수 있는 요즘 간호사라는 직업이 괜찮은 직업임에는 틀림없읍니다만, 이카님의 경우는 다른 쪽으로 공부를 하셔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일이 힘든 건 시간이 지나면 회복되지만 건강이 망가진다면 그건 좀 다르죠. 제 경험으로는 일 때문에 힘들때보다 동료나 상사 때문에 힘들때가 훨씬 어려운데 그런 경우는 아니신 것 같네요. 다만 직장이란게 급여 못지않게 분위기가 중요한데 환자들에게 둘러싸인 분위기가 좋을리는 없겠지요. 다른 것에서 위로를 찾는것은 직장 업무에 직접적으로 도움을 주지는 못해요. 얼마간 활력이 될 수는 있겠지만 위로는 작더라도 직장 내에서 찾는게 효과적이었던 것 같아요. 정말 심각하다면 벗어나는게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이겠지만... 저도 전 직장이 아주 괜찮은 직장이었는데 바빠서 점심을 못 먹는 적이 많아 옆 동료가 우유와 빵을 사다주면 그것을 또 먹을 시간이 없어 못 먹고는, 우유는 상해서 버리고 빵만 저녁에 먹거나, 고객이 뽑아다 준 커피를 제대로 마셔본 적이 없어요. 못 마시고 식혀서 거의 버렸지요.
개인마다 경우가 다르니 그 심각성의 정도는 알 수 없지만, 요즘의 많은 실업자들을 생각하시고 9개월동안만 눈높이를 낮춰보세요.^^ 도저히 못 견디겠다시면 퇴사일을 앞당기시는 과감한 방법도 있고요. 주제넘은 장황한 위로였습니다.^^
Commented by 이카 at 2009/06/23 23:43
아아, 사실 직장 사람들과도 힘든 것도 있긴 합니다. 일 때문에 힘든 것보다 확실히 그 쪽이 더 힘들더군요. 제가 사회 생활을 잘 못하는 것도 있겠지요. 직장 사람들, 특히 우리나라 직장 사람들과 친해지기는 쉽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직장에 마음이 떠나니 직장 사람들에게도 자연스럽게 마음이 떠나더라고요. 그리고 최근에 직장 분위기가 험악해져가고 있거든요. 일단은 3월까지 버텨야죠. 내년 3월까지 버틴다는 건, 굉장히 상징적인 의미가 있거든요. 간호계에서 경력 3년은 무척 중요한 커리어니까요. 뭘 하더라도 할 수 있는 기반이기도 하고요.
Commented by 스윽~ at 2009/06/21 23:16
많이 어렵네요.. 가끔 이카님의 병원관련 잡담글을 보면서 왠지모를 위로를 받고는 했었거든요. 세상에는 그래도 이런 간호사님도 있구나~ 말씀은 없어도 이렇게 최선을 다해서 간호사일을 하시는 분이 계시는구나.. 참 멋지다.. 했습니다. 그런데 그 일이 이카님에게 이렇게 힘든일이었네요.... 이카님의 글을 읽다보면 언제나 마음에 따스해져요. 그건 이카님이 가지고 있는 심성자체가 원체 아름다운것이기 때문이겠죠. 만약 그 직장이 이카님의 이러한 마음을 점점 지치게 만들고 있다면 훌훌 털어버리는것도 하나의 방법일것 같습니다. 그러나 어떻게 보면... 제가 간호사일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세상의 어떠한 직장도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고 3년정도가 지나면... 꿈을 가지고 시작했다고 해도 고통스럽게 느껴진다고 하죠... 저도 3년 반째 디자인회사에 근무하고 있습니다만.. 입사 1주일째부터 꼭 그만두고 말거야!!라고 속으로 생각했답니다.^^;; 그리고 아직도 다니고 있죠;;; 그런데 어느순간부터인가.. 이일에 대해 마음을 조금씩 비우고 있습니다. 직장이 인생의 100%는 아니고 저의 꿈이 완벽히 직장에 있는것도 아니죠... 일 역시 내가 모든일을 다 해야 회사에 제대로 돌아가는 것도 아니었죠. 오히려 내가 손을 놓으니까 잘 되어가는 일도 많이 있었습니다. 이카님의 상황을 잘 모르기 때문에 뭐라 말할수는 없겠지만.. 그냥 짐작컨데... 너무 일을 완벽히 하실려고 애쓰시는것은 아니신지... 조금만 편히 살기위해 요령을 피우시는게 어떠실지...;;; 기숙사가 힘드시면 차라리 자취를 생각해보는것도 괜찮을것 같아요. 비용적인 부담이 있으실수도 있지만, 집안에서 발가벗고 다녀도 상관없을만큼의 자유가 있으니까요^^;; 자신을 좀더 풀어놓을수 있는 공간, 그리고 마음의 여유가 이카님께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제가 이렇게 이야기하는 이유는... 후회하실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현실을 생각하지 않을수 없지요... 새로운 일에는 용기와 모험심, 그리고 고통을 인내할 각오가 필요하지요... 다시 시작하기 위해서는... 상황에 따라서는 지금보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아니 죽기살기로 매달려야 할거예요... 아... 너무 이야기가 길어졌네요. 제가 관여할문제가 아닌데... 그래도 이카님... 신중하게 생각해보시고 결정하세요... 그리고 어떤결정을 내리시든.. 돌아보지 마세요... 이카님 파이팅~~ 힘내세요!!
Commented by 이카 at 2009/06/23 23:48
자취라는 것이 얼마나 자유로운 것인지 알고 있습니다. 한동안 집에 가야 한다는 것을 잊을 정도로 자유롭잖아요. 벌써 나와 산 지 4년인걸요(웃음). 고시원, 자취, 기숙사... 모든 것을 경험해 봤지만 역시 병원에 다니는 건 힘든 일이더라고요.

간호사의 낙이 무엇일까요. 전 내과에 맞는 성격을 가졌지만, 동시에 내과에 맞지 않은 성격이기도 한가 봅니다. 환자분들에게 오래 정을 주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그것도 자신이 없어지네요. 일은 고되고, 동료간의 분위기는 점점 험악해지고, 요즘 환자들의 성격은....무척 힘들어서 간호사들을 노예 부리듯 하는 환자도 늘어가고 있습니다. 그들의 성질을 다 받아주며 수발하다보면 '내가 여기서 왜 이러고 있나' 싶을 때도 있고요. 그리고... 결국은 모두 죽더라고요. 열의 아홉은, 3년이 안 되어 죽더군요.

이전에는 일에서 보람을 찾았던 적도 있었고, 제가 이 일을 오래 하게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될지 몰랐어요. :) 네. 그래요. 어떤 결정을 내려도 돌아보지 않으렵니다.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김성 at 2009/06/22 00:19
아직 안왔냐고 물은 건 한달째 기다리신다는 소포를 말합니다. 기다리는 게 참 사람 우울하게 하거든요--;;

그리고 다른 분들이 다 좋은 말씀 해주셔서 전 더 할말이 없지만 아무쪼록 힘내시고 잘 결정하셨으면 합니다^^

Commented by 이카 at 2009/06/23 23:48
아아, 그 소포는 왔답니다. 확실히 기다림이 길어지면 우울해져서 잠깐 반짝, 기분이 좋아지긴 했는데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더라고요 ^-^; 감사합니다.
Commented at 2009/06/22 05:14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이카 at 2009/06/23 23:48
부빗부빗. 감사합니다.
Commented at 2009/06/29 16:12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이카 at 2009/07/04 14:28
제가 워낙에 승부욕도 강하고 목표의식이 강해서 한 번 강하게 끌리면 물불을 안 가리고 덤벼들지만, 목표를 잃으면 반대로 한없이 나태해지고 하기 싫어하거든요. 아무래도 제가 병원에 다닐 '목표'를 잃어버린 것 같습니다. 슬프게도요. 처음에는 일이 익숙해지는 것에 재미를 붙였지만 일이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나니 매일같이 반복되는 일에 흥비가 없어지고 병원 임상 간호사의 한계가 너무 선명하게 보여서요. 요즈음에는 그만두는 날까지 버티는 걸 새로운 목표(?)로 삼고있답니다. 이 일이 싫다기 보다는 환경이 조금 견디기 힘들더라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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