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7.30
- 정말 어렵게 간 무대에서 오랜만에 만난 나의 배우님에게는 이제 나 이외에도 열성팬이라는 존재가 생겼다. 언제나 혼자 기다리는 데 익숙해져 있다가 팬을 데리고 나타난 그 분의 모습에 얼마나 놀랐던지. 어쩐지 무대에서도 굉장히 멀어보이면서 정말 멀리 멀리 가신다는 느낌이 들었더랬는데, 그랬구나 싶더라. 솔직히 조금 당황했고, 낯선 상황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서 얼굴이 굳는 것이 스스로도 느껴졌다. 낯선 사람들과의 만남을 난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경계한다. 사람들과의 만남은 내게 피곤함이라는 이름으로 다가온다.
그것을 깬 건, 1)우연히 알게 된, 이미 인터넷상에서 알고 있는 분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고(그럼 이미 그 분은 낯선 사람이 아니니까) 2)자연스럽게 그 배우님이 날 불러냈다는 것이다. ........ 함께 간 커피숍에서 주문 정리를 하더니 같이 가자고 날 지목해서 불렀을 때, 솔직히 기분 좋더라고. 이웃 중에 어떤 분이 그랬더랬다. 커가는 배우의 모습을 보면 기쁘기도 하지만 조금은 서운할 거라고. 나 같은 경우는 조금은 놀랍기도 했지만 기쁘더라고. 그 분이 쭉쭉 커가는 것이, 그리고 내가 보는 눈이 헛되지 않았다는 게 기쁘고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더라. 처음 테너를 봤을 때, 첫 공연에서 그 분의 다리 군데 군데 시퍼렇게 들어있었던 멍을 보며, 그 동안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짐작한 것처럼, 어딘가 불편해 보이던 다리가 실은 연습 때문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던 오늘, 이제 이 분은 더이상 '나의' 배우님이 아니라 이미 멋진 배우님이라는 걸, 그리고 그 시작을 지켜볼 수 있었던 내가 얼마나 행운아인지를 깨달았다. 아참, 그리고 그것도 있다.(사실 이게 제일 크다) '이 분들은 그 분에게 힘이 되는 고마운 분들이다.' 라는 것.
전에 그런 결심을 한 적이 있었다. 저 분에게 팬클럽이 생기면 난 조용히 뒤에 숨어 있어야겠다고. 난 응원하는 것 외에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는 팬이니까. 단관도, 큰 선물도, 그렇다고 힘도 되어 드리지 못하는 팬일 뿐이니까 만약 그 분에게 도움이 되는 팬클럽이 생긴다면, 조금은 아쉽겠지만 조용히 가끔 공연장에서 뵙는 것만으로도 무척 기쁠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건 생각보다 괜찮은 일일 것 같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그 분의 모습은 무대 위에 있으니 그걸 보는 것만으로도 이렇게나 기쁜데 무엇이 더 필요하랴 싶더라고.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나는 그 분을 더욱 아끼고 있을지도 모른다.
함께 있는 동안 일부러 거의 그 분 칭찬은 하지 않고 다른 배우, 다른 작품 이야기만 줄창 해댄 내 마음을 알까 싶다. 난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겐 도리어 엄해지는 타입이라, 혹시라도 그 자리에 머물면 어쩌나 싶어서 이야기하지 못했음을, 그 분은 알까. (웃음) 뭐, 그래도 조금은 드러내버리고 말았지만. 아하하.
집에 돌아오며, 아아, 이제 더 이상 저 분에게는 내가 필요 없겠구나...싶었는데, 그 느낌은 무척 서운하고 아쉽기도 했지만, 동시에 뿌듯한... 묘한 느낌이었다. 앞으로 그 분이 갈 길이 더욱 궁금해진다
덧)하지만 그 분이 정말 날 잊는다면 그건 그것대로 또 슬프겠지...
덧2) ..........다음번 만났을 때 생일 축하한다고 말해달라 부탁해놨고, 오자마자 뒤져보니 정말 생일날 그 분이 나오는데(...이런 우연이!) 기억하실까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