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1.6
- 집에 돌아왔다. 요즘에는 틈만 나면 집에 오니 '오랜만에' 집에 왔다,라는 말이 어울리지는 않지만, 언제나 집에 올 때마다 '이게 얼마나 오랜만인가!'라고 생각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집에 오면 내가 하는 것은 거의 정해져 있다. 우선 내가 들어오는 것을 귀신처럼 알아채고 이미 문 앞에 와서 대기 중인 강아지의 격렬한 환영에 슬며시 미소지으며 짐을 풀어놓고(이 때쯤 강아지의 흥분은 최고조에 다다른다) 바닥에 앉아서 나에게 달려드는 강아지를 마구마구 쓰다듬어주고,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노트북을 꺼내고, 메일과 블로그 체크를 하고 조금 노닥이다가 강아지와 산책을 나간다. 다녀와서는 조금 지친 몸으로 음악을 틀고 이렇게 글을 쓰거나 책을 꺼내 읽다가 스르르 잠이 든다.
특별할 것도 없이 반복되는 '하루'지만 그것이 나에게 Routine이 되지 못함은, 그 순간 순간의 내 마음이 다르기 때문이고, 내 앞에서 기뻐 어쩔 줄 모르는 존재를 보면 결코 내가 보내는 이 순간이 어제와 같은 하루라고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말이지 살아있어서 너무너무 다행이다. 엷게 깔린 축축한 물안개 사이로 두 천사를 바라본다. 한 천사는 약간은 붉은 옷을 입은 채 하늘에 떠 있고, 또 다른 천사는 지금 내 옆에 몸을 둥글게 말고 앉아 털을 고르는 중이다. 정말이지, 좀 힘들긴 해도 태어나서 다행이야. 안 그래?
(+) 그나저나 오늘 산책하는 내내 오른쪽 신발끈이 풀리던데, 누가 절 그렇게 생각해주고 있었을까요? 자자, 범인은 자수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