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méo & Juliette - 2010 Paris Revival Cast 메인덕질(뮤지컬)

Roméo & Juliette: Les Enfants de Vérone
- Cast: Frédéric Charter, Joy Esther, John Eyzen, Ida Gordon, Arié Itah, Stéphane Métro, Cyril Niccolaï, Stéphanie Rodrigue, Tom Ross, Damien Sargue, Brigitte Venditti
- 음악 : Gérard Presgurvic

 : 오랜만에 뮤지컬 음반 시장을 돌다가 이 음반이 눈에 확 들어왔다. 그래도 이 뮤지컬이 날 뮤지컬의 세계로 이끈 주범들 중 하나고, 이 작품을 좋아하는데다가 나름 롬쥴 오피셜 음반은 죄다 들어봤다고 자부하는 나인데 이 음반이 나온 줄도 모르고 있었던 걸 보니 내가 확실히 뮤지컬에 무심해지긴 무심해진 모양이다.

 간만에 롬쥴 이야기를 하는데 그냥 바로 리뷰를 쓰긴 좀 아쉬우니 잡설을 풀어놔볼까. 이 작품은 노트르담 드 파리, 십계와 함꼐 프랑스 3대 뮤지컬(...난 이 3대는 도대체 누가 정한 건지 모르겠다만)로 꼽힌다. 이미 프랑스 오리지널팀(?)이 몇 차례 내한 한데다가 라이센스 공연도 두 차례인가 올라간 적이 있으니 이미 이 작품이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지. 하지만 그런 점을 굳이 들지 않아도 이 작품을 가리켜 (좋든 싫든) '제겐 큰 의미가 있는 작품입니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비단 나 뿐만은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한 번 들으면 절로 귀가 쫑긋 서는 음악, 익숙한 이야기에 '죽음(혹은 운명)'의 존재를 결부시킨 무대. 프랑스에서 발매된 영상은 이미 알음알음 음지로 양지로 퍼져 있었고, 이 영상을 통해 뮤지컬에 입문하게 된 사람도 꽤 많았을 것이다. 나 역시 그랬고. 내한하지도, 당시 내한할 예정도 없던 작품이 (그 퀄리티가 어떻든) 전막 번역된 2CD에, 하이라이트에 가사집이 딸린 DVD까지 발매된 건 당시 획기적인 일이었고, 또 앞으로도 이런 경우는 드물지 않을까 싶다. 그만큼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요소가 이 작품에는 분명히 있다. 그것도 전 세계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그런 요소가 말이다. 

 롬쥴은 2001년 1월 19일, 파리에서 초연된 이후 캐나다, 벨기에(Antwerp), 영국(London), 네덜란드(Amsterdam), 헝가리(Budapest, Szeged), 러시아(Moscow), 오스트리아(Vienna), 루마니아(Bucharest), 한국(서울, 부산), 타이완(Taipei), 멕시코(Monterrey), 일본 등에서 공연되었고, 번역되어 프랑스 외에도 러시아, 영국, 헝가리, 벨기에, 오스트리아에서 모국어로 번역되어 '정식' 음반이 나왔다. 그리고 이렇게 여러 무대를 거치면서 작품은 계속 다듬어지고 변하기도 해서 초연에 없는 넘버가 추가되기도 하고 반대로 삭제되기도 하고, 노래는 없지만 새로운 인물이 추가되거나 기존의 인물이 부각되기도 했다.(그리고 그 변화의 최고봉에는 감히 다른 나라에서 따라가기 힘든 연출을 보여준 헝가리가 있다.) 각 프로덕션마다 차이가 좀 있지만, 공통적이라고 할 만한 것은 '시인'이나 '권력'이 삭제되었다는 점이랄까. 사실 그렇다. 프랑스 뮤지컬의 특징인지는 모르겠지만 가끔 프랑스 뮤지컬을 듣다보면 음악은 참 좋은데 참 '잡다하다'는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이야기와 상관없는 넘버들이 이곳저곳에서 끼어드는가 하면, 조연들에게까지 굳이 넘버를 줘서 이야기를 만들어주고 싶어하는 느낌이랄까. 그러다보니 이야기의 진행과 가장 동떨어져 있는 저 두 넘버는 다른 프로덕션에서는 연출의 칼을 피할 수 없었다는 것은 자연스러워보인다. 초연 전인 2000년에 발매된 2CD안에 들어가 있던 'La Folie'나 'Pourquoi'는 실제 공연에서는 없으니 실질적으로 처음 기획된 모습에서는 보통 네 곡 정도가 잘려나갔다고 보면 되겠다. 개인적으로는 초연 팬이긴 하지만, 이게 훨씬 깔끔하다고 생각한다. '시인', '권력'은 아무리 봐도 사족이었거든.

 롬쥴은 2006~2007년에 내한하면서 새로운 모습을 보이게 된다.(이 때 CD로는 Asian Tour Cast가 있다) 이 프로덕션이 가진 의미라면 원작자인 Gérard Presgurvic이 직접 손을 본 버전이라는 것이랄까. 그리고? 개인적으로 이 버전은 참 시망-_-; 이라고 생각한다. 할 말은 많지만, 이 공연을 내가 귀로만 듣고 눈으로 보지 못했으니 말을 아껴야겠다.(이 즈음 모 님과 제랄드가 아무래도 노망난 게 아닐까라는 말까지 했었더랬다.) 그리고 2009년에 프랑스팀은 또 내한을 한다. 그래도 내가 원체 좋아하는 작품이라 난 저번에 놓친 한을 풀기 위해 이 작품을 보러 가고, 그래도 롬쥴은 롬쥴이라는 생각을 하는 동시에 도대체 제랄드가 추구하는 작품의 방향을 도통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며 나오게 된다. 그 동안 다른 연출들이 조금씩 수정을 가한 여러 프로덕션들의 장점을 죄다 가지고 오고 싶어한 동시에 자기만의 오리지널을 추구한게 아닐까 싶은데, 결과적으로는 작품이 한층 지루해지고 너저분해졌다. '광기'에서 '결투'로 이어지는 거나 '내 잘못이 아냐' 부분의 연출은 마음에 들지만, 2001년 초연과 2009년 재연을 놓고 비교해보자면 '난 차라리 좋아하진 않지만 시인을 듣겠소!' 랄까. 아니, 잠깐 '시인'은 2009년에도 있잖아? 그럼 2009년의 장점이 뭐지. 알 수가 없다. 그리고 제랄드는 여기서 굴하지 않고 2010년에 '또!'손을 대서 '리바이벌' 버전을 내놓는다. 초연 때의 부제인 'de la Haine à l'Amour(증오에서 사랑까지)'은 'Les Enfants de Vérone(베로나의 아이들)'로 바뀌어서 말이다.
 
 그리고 2010년 재연은 더더욱 지루해지고 잡다해졌다.-_-;a 새로운 넘버들이 많이 추가가 되었고, 대부분은 극의 흐름을 끊어놓거나 긴장감을 느슨하게 한다.(Tybalt는 도대체 왜 들어가야 했던 것이며-그것도 La Demande en Mariage 다음에! 이거 없어도 무대로 보면 티발트가 줄리엣 짝사랑하는 거 훤히 보인다니까?!-, La Reine Mab 은 뭐지?;, On Prie는 또 왜 들어간 거야? 등) 또 이미 2009년에 변한 것들 중 눈으로 봐도 쳐지는 게 느껴졌던 부분들은 귀로 들으니 더욱 쳐지는 느낌이 든다. 그래, 'Tu Dois Te Marier'의 새 버전 말이다. 그거 무대에서 볼 때도 왜 그렇게 바꿨는지 연출의 의도는 알 것 같았지만, 그 노래가 전후를 제대로 연결하지 못한다는 느낌을 줬는데(La Demande en Mariage이 약간 밝고 발랄한 느낌이고 이후 이어지는 Un jour가 꿈꾸는 듯한, 낭만적인 곡이다보니 그 사이에 끼인 줄리엣 어머니의 신세한탄이 섞인 어두운 곡은 어색한 퍼즐조각처럼 보인다. Un jour의 '맥락상' 의미는 바뀌는데도 분위기는 그대로다보니 더 그렇다.) 참 묘한 일이다. 원래 리바이벌은 초연 때 아쉬웠던 점을 수정하고 보완해서 더 나은 작품을 만드는 과정이거나 혹은 초연 때와는 다른 해석을 가미함으로써 작품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보여주는 데 의의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어째 작품의 완성도 면에서나 극의 흐름 면에서나 더 매끄럽고 짜임새 있는 건 (제라르가 직접 관여한 무대에 한해서만 말하자면) 2001년 초연이라고 생각하니 말이다. 물론 2009~2010의 리바이벌에서는 '여자의 삶'이라는 면을 좀 보여주긴 하지만, 이 작품의 이름이 '여자의 일생'이 아니라 '로미오와 줄리엣'이다보니 저건 참 부수적인 면에 불과하니 그리 중요해 보이지는 않는다. 개인적으로 리바이벌 버전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추가곡'은 Les Poupées 다.(라이센스 공연 때 참으로 존재감 없던 죽음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려준 장면 되시겠다) 새로 추가된 장면 중 가장 '효과적'인 장면이 아닐까 생각한다. 프랑스 뮤지컬이 셰익스피어 원작과 차별성을 가지는 부분이 로미오와 줄리엣의 죽음은 바로 이 '죽음/운명'에 의한 '필연적'인 결과라는 점이니까 더더욱. 사실 '광기'의 삽입 장면은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굉장히 멋지고 인상적인 장면이지만 그건 없어도 크게 상관은 없는 장면이라고 생각하고, 가사를 보면 더욱 그렇다.

 ............라고 까지만..........

 이게 참 슬픈 게 그런데도 난 오랜만의 롬쥴인데다가 그래도 내가 직접 눈으로 본 배우들의 음악이라고 또 좋다고 3일 연속으로 재생하고 있다는 거지. 그래, 낚인 게 죄지, 뭐 어쩌겠어.(한숨)

+) 이 리뷰 쓰려고 잠깐 구글 검색을 좀 했는데 그 와중에 내 옛날 롬쥴 음반 리뷰를 무단으로 퍼 가신 분을 발견했다.(원본은 http://icarus104.egloos.com/2594238) 사실 뮤지컬 감상문이야 참 들고 가기 좋은데다가 하나하나 대응을 하기 귀찮아서 가끔 발견해도 덧글 쓰는 정도로 놔두긴 하는데, 저 분은 왜 본문만이 아니라 왜 쓸데없는 잡담들까지 복사해 간 것일까. 신기하네.

덧글

  • A 2011/02/05 15:14 # 삭제 답글

    La Reine Mab (Je Reve)은 아마 Les Rois du Monde 에서 J'ai Peur 로 넘어가는 부분이 아무래도 뜬금없다는 것을 드디어 제라르가 인식하고-_- 뒤늦게 끼워넣은 곡인 듯 합니다. 리바이벌 공연을 본 건 아니라 노래로 추측만 할 뿐이지만 희곡처럼 꿈 얘기를 하는 것 같아요.
  • 이카 2011/02/05 19:56 #

    아하! 그런 내용이었군요! 하긴, 그게 좀 뜬금없는 구석이 없지 않아 있긴 하지만(세상의 왕들에서 같이 잘 놀다가 갑자기 저러긴 하죠), 저는 중간의 그 대사로 어느 정도 처리된다고 생각하긴 했는데 제라르의 생각은 조금 달랐나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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