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녀와 야수 - IMAX 재관람 보고듣고(감상)


미녀와 야수(Beauty and the beast, 2017) - IMAX
- 관람 일시 : 2017.3.17 17:20
 
* 의식의 흐름에 따른 잡설*
 
 미녀와 야수를 연달아 이틀째 재관람하고 왔다. 내가 처음 보고 느낀 실망이 원작에 대한 원작에 대한 내 애정 때문이거나 새 편곡 및 새 노래에 익숙해지지 않아서 그런게 아닐까 싶어(물론 이 둘 모두일 수도..) 다시 보기로 한 것이다. 마침 IMAX 쪽에 좋은 자리도 나와서 망설이지 않고 극장에 갔다. 

 결론 : 역시 이건 아무리 해도 원작을 넘기 힘들겠다. 하지만 캐릭터 파는 맛은...!

 확실히 그래도 한 번 봤다고 편곡에는 어느 정도 익숙해졌지만, 그럼에도 여러모로 아쉬운 부분들이 보인다. 아니, 오히려 익숙해졌기에 어색한 부분이 더 보인달까. 일단 새로 추가된 노래들은 꽤 괜찮다.(여타 뮤지컬들이 리바이벌을 하며 추가된 노래들이 그닥 좋은 게 별로 없다는 걸 생각하면 이 정도로 끝난 게 감사할 지경이다.) 하지만 노래가 좋은 것과 그 노래가 거기에 있어야 했냐는 문제는 별개다. How does a moment last forever는 특히 reprise는 정말 쳐내고 싶더더라. 엄마 이야기는 아무리 봐도 사족이다. 어린 시절의 파리에서 가지고 온 장미 모양 딸랑이가 아니어도 벨이 아버지를 설득하는 데는 그렇게 큰 문제가 없었을 것 같은데 도대체 왜 집어넣은 건지 다시 봐도 모르겠다. 벨과 야수에게 어린 시절 어머니를 여의었다는 공통점을 주지 않더라도 이 둘은 충분히 공감을 할 만한 요소들이 있다.(타인에게 이해받지 못하는 외로움은 그 중 가장 큰 매개가 되어준다.) Days in the sun 역시 마찬가지. 이 노래 자체는 꽤 멋지다고 생각은 하지만, 이야기 진행에는 불필요하다. Evermore은 있어도 좋지만 없는 것도 좋지 않았을까 하는 정도다. 노래 자체는 좋고 왜 있는지도 알겠지만 원작에서 고통스러운 포효로 모든 감정을 전달하는 장면에 비해서는 좀 구구절절하게 들리는 건 어쩔 수 없다.

 애니의 야수가 야성성을 가진 야수라면, 영화의 야수는 겉은 왕자인데 겉모습만 야수인 그런 존재이다. 사실 외모만 아니면 꽤 괜찮은 사람이다. 뭐랄까. 원작 애니메이션의 야수가 한 번도 철 들어보지 못하고 타인에게 공감한 적이 없다가 벨을 통해서 교류를 깨닫는 캐릭터라면, 영화의 야수는 원래는 좋은 사람이었고 충분히 타인과 소통할 수 있는 자질을 가진 사람이었는데 그만 질풍 노도의 시기에 빠져 그만 홰까닥 하던 시절에 하필 학생 주임 요정님을 만나 딱 걸린 것 같은 그런 느낌이랄까. 

 애니의 야수는 본인이 정확히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존재에 가깝다. 하는 행동을 봐도 그렇고 딱 어느 시기 이상 성장하지 못한 어린애같다. 영화의 야수는 보다 '성인 남자'의 느낌에 가깝다. 신사적이고 말이 통하는 존재. 애니의 야수가 길들이는 맛이 있을 것 같다면, 영화의 야수는 탐구해보고 싶은 캐릭터이다. 애니의 야수는 사랑을 배워 본 적이 없던 존재였다면, 영화의 야수는 사랑의 기억을 잠시 망각한 존재였다. 사실 영화의 야수는 사랑을 아예 모르는 존재는 아니다. 벨을 만나기 전에도 어느 정도 예의를 갖추고 있고, 시종들을 아끼고 그들의 말을 들을 줄 안다. 그들의 삶의 특정 시기에 시종들은 왕자를 과보호하느라 엇나가는 그를 잡아주지 못했고, 왕자는 왕자대로 사치에 빠져 있느라 주변을 둘러보지 못했다. 때문에 프롤로그에 나오는 'for she had seen that there was no love in his heart.(요정은 그의 마음에 사랑이 없는 것을 보았기에)'의 느낌이 사뭇 달랐다. 애니판은 아무리 돌려봐도 왕자가 단 한 번도 그런 감정을 느껴보지 못했다는 느낌이었는데, 이번에 다시 관람한 영화에서는 '그 순간만큼은' 사랑이 없었다는 느낌이다. 

 그래서 야수의 절망은 애니보다는 영화 쪽 캐릭터에서 더 잘 느껴진다. 아마 영화판의 야수는 벌을 받고 어느 정도 정신을 차리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실제로 모리스를 대하는 게 은근 신사적이거든. 과한 벌을 내린 것은 맞지만, 그래도 모리스가 장미를 훔치기 전까지는 그가 하는 것을 굳이 막지 않은 채 지켜보고만 있었으니까. 또 보면 은근히 시종들 말 잘 듣더라고. 분명 애니판에서는 시종들이 몇 번을 조심스럽게 부탁하고 나서야 벨에게 부드러운 태도를 보였던 것 같은데 여기서는 웃어보라니까 제까닥 웃더라? 시종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라고 그 소리 들으면서 정작 자신은 정원에 쭈그려 앉아 책 보고 있기도 하고. 정말 이기적이라면 자기만 생각해야 하는데, 장미를 만져보려고 하는 벨에게 '네가 [우리 모두에게] 무슨 짓을 할 뻔 했는지 아느냐'고 다그치는 모습을 보면, 벨과 관계를 맺으며 변하기 전에도 그 마음 속에 분명히 시종들을 아끼는 마음이 있는 게 보인다. 그런데 그런 그가 어떤 사람도 만나지 못한 채 그 성에 갖혀 그 오랜 세월을 보내야했다니, 얼마나 끔찍했을까. 심지어 영화에서는 장미 꽃잎이 떨어질 때마다 시종들이 점점 사물로 변해가며 성이 무너져내린다. 잊을래야 잊을 수 없도록 계속해서 상기시켜주고 있는 것이다. (애니에서는 최소한 살아있는 사물로 살 수라도 있지...) 

 왕자가 바뀐만큼 조연 캐릭터의 성격도 좀 변했다. 애니에서는 조연 캐릭터들은 순수한 피해자에 가까웠다. 그들이 성의 '사물'로 변한 건 다분히 상징적이라고 생각한다. 주체적으로 움직이는 존재가 아니라 단순히 윗 사람의 비위를 맞추며 사는 '성에 딸린 사물적인 존재'였으니까. 영화에서도 이건 마찬가지이지만, 애니보다는 이 점을 보다 직접적으로 그 메세지를 전해준다. 그들은 야수 옆에 있다가 그만 함께 저주를 뒤집어 쓴 피해자가 아니라 야수와 함께 저주를 받아야 마땅했던 가해자였노라고 말이다. 야수가 엇나갈 때 말리지 못했으며, 그 잘못에 눈 감고 침묵한 존재들이었노라고. 백성의 세금을 받아 화려한 생활을 한다면 그 책임 역시 화려함만큼이나 무거웠다는 것을 생각했었어야 했노라고. 

 그런데 문제는 이 설정 자체는 참 좋은데, 그래서 결말부에 조금 위화감이 든다는 것이다. 상당히 가볍게 넘어간 것이라 아마 대부분은 느끼지 못했을 것 같고 내 과잉 해석인 것도 같은데, 이런 책임감있고 신사적인 야수가 성난 군중이 성에 침입했을 때 방어를 포기한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 애니에서는 이게 설명이 된다. 애니의 야수는 벨이 돌아올 것이라는 기대를 전혀 하지 않는다. 그녀가 자신을 완전히 떠났다고 생각하며, 그래서 완전히 자포자기하는 심정이 되어 군중이 오든 말든 상관하지 않는다. 그런데 영화에서는 벨이 돌아올 것을 기대하거든.(Evermore 자체가 그녀를 기다리겠다는 노래고, 처음에 군중이 쳐들어왔을 때 벨이 돌아왔다고 착각한다) 아니, 양보해서 영화에서도 야수가 벨이 돌아올 것을 기대하지 않았다고 쳐도 '이' 야수는 성을 포기하는 게 이상하다. 벨이 떠나고 시종들을 돌아보며 '그녀에게 해 줬듯 너희에게 자유를 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하는 야수가 그렇게 아끼는 시종들의 안전이 달린 문제를 그렇게 수수방관한다고? 벨이 떠난 직후에도 시종들 앞에서는 감정을 감추고 사과를 했던 그 야수가? 애니를 따라가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겠지만, 처음 볼 때도 두 번째 볼 때도 이상하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별도로 벨은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 다시 들어도 노래는 그냥 적당히 부르는 일반인이고, 그렇다고 연기가 마음에 드는 것도 아니다. 원래 원작에서도 벨은 참 말 안 듣는 캐릭터긴하지만 난 왜 이리 영화판 벨이 별로일까. 특히 막판에 야수가 총 맞을 때는 절로 '야! 너 그렇게 멀뚱히 서 있으면 안 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발 경고라도 날리거나 몸이라도 날리라고! 아, 진심으로 노래 잘 하고 연기 조금 더 나은 다른 배우가 벨을 했으면 훨씬 좋았을 것 같다. 안나 켄드릭이라거나.

 그러다보니 가장 눈물이 난 장면은 야수가 죽는 장면이 아니라 시종들이 완전히 사물이 되어버리던 장면이었다. 특히 콕스워즈와 뤼미에가 서로를 보며 '당신과 함께 일한 것이 영관이었다'고 하는 장면에서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륵주륵주륵주륵 흘렀다.(이건 다시 봐도 가슴 찡한 장면이었다) 어차피 다 살아날 거라는 걸 알면서도 그랬다. 

 아, 이건 너무하다. 일단 미녀와 야수는 내가 좋아하지 않을래야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컨텐츠다. 
 이미 OST도 샀다.
 물 들어올 때 노 젓겠다고 출판사에서 나온 책도 사고 싶다.
 한국판 OST도 살 거다.
 아마존에서 25주년 블루레이 나온 것도 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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