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6.03
- 어제는 과제 제출일이었다. 게다가 이번 주로 바흐 인벤션을 마무리하고 하이든 소나타를 하기로 한 주였기 때문에 할 게 많아서 무척 바빴다.(새로운 곡도 익혀야 하고 기존 곡도 마무리해야 하는데, 아직 새 곡이 손에 안 익은 상태에서 과제 제출을 해야 하니까...그리고 이럴 때는 기존 곡 완성 영상, 새 곡 오른손/왼손/양손을 제출해야 해서 과제 분량이 많다.)
앞서서도 여러 번 이야기한 것 같은데, 나는 카카오톡으로 과제 영상과 레슨 영상을 주고받는 방식으로 레슨을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레슨을 받기 전에 '되도록이면 여러 번 촬영하지 말라'라고 하였지만, 사람 마음이 그게 되나...일단 미스 터치가 나지 않게 연주하는 게 1차적인 목표가 되는데 이것조차 막상 해 보면 쉽지가 않다. 그리고 중간중간 선생님의 체크 사항도 지키려고 노력한다. 그렇게 연습하고 영상 촬영을 하던 중에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잠깐, 지금 나 뭐 하고 있는 거지?'
실력이야 어떻든, 한 곡을 완성해서 낼 때의 나는 연주자다.
이 곡을 통해 내가 전하고자 하는 분명한 풍경도 있다.
그리고 선생님은 날 지도해주는 분이기도 하지만, 내 곡을 듣는 순간에는 내 공연의 청자이기도 한 것이다.
이게 내 작은 연주회라면 나는 지금 어떤 것을 전달하고 있지?
이 생각이 들어 피아노에서 손을 놓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난 지금 선생님께서 알려주시는 각종 팁과 주의 사항을 꼭 논술 시험의 키워드처럼 쓰고 있는 건 아닐까? 여기에서는 손을 들어 올리고! 여기서는 강하게! 이 구간에서는 박자 맞춰서 하나 둘 하나 둘.... 꼭 논술 답안에 필수 키워드를 채워 나가는 식으로, 연주를 한다기보다는 '쳐 내는 것'에 집중하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곡을 배워가는 과정에서 이거야 어쩔 수 없지만, 나름 곡을 완성해서 내는 자리에서까지 이러는 건 곤란하지.
그래서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앞 부분 영상을 다 지워버렸다. 그리고 정말 단 한 번의 기회를 가진 공연자가 된 기분으로 카메라를 켜서 원테이크로 찍어버렸다. 당연히 중간중간 아쉽고 '아니, 여길 왜 이렇게 치고 있어?' 하는 부분도 있지만 그래도 원래 공연은 한 번의 기회 안에 최대한 표현해야 하는 거니까.
그렇에 찍은 영상을 보니 마지막 음을 치고 손을 떼자마자 나도 모르게 두 주먹 꽉 쥐고 속으로 '아싸!'를 외치고 있었다.
아쉽지만 지금으로서는 나름 최선의 마무리였다.
.........그나저나 열심히 찍어놓고 싱크가 엇나갔네........
* 바흐 인벤션 4번 악보
(제 블로그에 올라오는 모든 악보는 제가 기존 악보를 바탕으로 편집한 것으로, 핑거링 역시 제가 했기 때문에 제게 맞는 핑거링이라고 생각해 주셔야 합니다. 게다가 실제로 본 연주에 들어가면서는 계속적으로 저 역시 더 나은 핑거링으로 수정했는데 그걸 다시 악보로 옮기기는 귀찮아서 수정하지 않은 부분들도 꽤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개하는 건, 우선 제가 제 악보를 나중에 볼 일 있을 때 쓰기 위해서도 있고 저 같은 초보 학습자에게 대충이라도 핑거링이 되어 있는 악보가 얼마나 소중한지 알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태그 : 악보



덧글
2021/06/04 13:51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2021/06/04 20:15 #
비공개 답글입니다.